권도형 없는 '테라 국감' 제대로 풀릴까
'테라 사태' 증인으로 김지윤 DSRV랩스 대표·신현성 차이홀딩스 총괄 채택
'밸리데이터'에 책임 묻긴 힘들 듯…차이 관련 의혹은 제기 가능성 높아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된 기업의 수장들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본격적인 '가상자산 국감'이 예고되고 있다.
다만 테라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없는 상태에서 사태에 대한 책임 신문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무위가 증인으로 채택한 DSRV랩스는 테라 블록체인 플랫폼의 블록 생성에만 참여한 기업인데다, 신현성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총괄은 2년 전 권 CEO와의 관계가 끝났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단, 테라폼랩스가 지난 2019년 사업 시작 당시 사전에 미리 발행해둔 가상자산 '테라SDR(SDT)'의 자금 원천이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의 고객예치금이라는 의혹이 있어 신 총괄은 해당 의혹과 관련된 책임을 온전히 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밸리데이터에 '테라 사태' 책임 신문…가능할까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 의결 결과 '테라 사태'와 관련해선 김지윤 DSRV랩스 대표, 신현성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총괄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DSRV랩스는 테라 블록체인의 밸리데이터(검증인)로서 블록 생성에 참여해왔던 기업이다. 테라 블록체인은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 방식으로 가동돼 왔다.
지분증명 방식 블록체인에선 코인을 보유한 밸리데이터들이 보유량(지분)에 따라 거래를 검증할 수 있는 권한을 얻고, 블록 생성에 참여한다. 테라 역시 수십명의 밸리데이터들에 의해 가동됐고, DSRV랩스는 그중 하나였다.
업계는 기술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밸리데이터에 '테라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테라 사태는 테라의 스테이블코인 UST와 ‘자매코인’ 루나(LUNC) 가격이 99% 이상 폭락하면서 불거졌다. 따라서 UST 가격을 유지하던 알고리즘이 잘못 설계됐는지, 알고리즘을 공격한 주범은 누구인지 등이 테라 사태의 핵심이다. 또 UST 및 LUNC를 활용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의 운영 방식이 사태를 더 키웠으므로 앵커프로토콜의 운영 방식도 파악해야 한다.
밸리데이터는 UST 및 LUNC의 거래기록이 담기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블록 생성에 참여하고, 플랫폼 운영사항 관련 투표에 참여하는 역할만 맡는다. 밸리데이터가 알고리즘의 위험성까지 사전에 탐지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추측이다.
김지윤 대표는 <뉴스1>에 "기업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서버 운영만 외주로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서버를 운영한다고 해서 서비스의 위험성까지 짊어지는 것이 아니듯, 앵커프로토콜 등의 기반이 된 '테라 블록체인 플랫폼' 운영에만 참여했기 때문에 테라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회는 권도형 CEO를 소환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대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이 세운 블록체인 기업들 대부분이 싱가포르 법인인 것과 달리, DSRV랩스는 국내 법인인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차이 뒤에 '테라' 있었다…의혹 해명 가능성 주목
신현성 총괄의 경우 DSRV랩스와 상황이 다르다.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자 테라와 차이 간 연관성에 관한 의혹이 끝없이 제기된 만큼, 테라 사태와 관련한 책임 신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차이는 테라 사태가 발생한 직후 "2019년 테라와 제휴를 맺고 협업했지만 2020년에 파트너십을 종결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 테라가 사전 발행한 가상자산 SDT와 테라 간 연관성은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다.
테라는 지난 2020년 11월 외부 공시사이트에 "프리마이닝(사전 발행)한 SDT를 KRT로 바꿀 수 있으며, 차이로부터 원화(KRW)를 받고 팔 수 있다"고 밝혔다. KRT는 테라가 발행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차이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2020년까지는 차이 결제 뒷단에 테라 블록체인이 쓰였다. 고객이 차이에 금액을 충전하면 해당 금액이 KRT로 바뀌어 결제되고, 테라 블록체인에 결제 내역이 기록됐다. 결제 내역은 블록체인 탐색기인 '차이스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테라가 밝힌 것처럼 테라는 기존에 발행해둔 SDT를 KRT로 바꾸는 방식으로 KRT를 발행했다. 차이에 충전된 고객 예치금은 테라로 흘러들어갔고, 테라는 원화 예치금을 받고 차이에 KRT를 내줬다. 테라는 이렇게 받게 된 원화를 UST 가격 유지 등에 활용했다.
차이는 테라로부터 받은 KRT를 '차이 머니'로 보유했다. 이후 고객이 상점에서 '차이 머니'로 결제를 하면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됐다. 단, 상점에 결제 대금을 지급할 때에는 KRT를 다시 원화로 바꿔서 지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테라는 KRT의 실사용 수요를 창출했다.
이 같은 구조를 종합해보면, 사전 발행된 SDT의 원천은 차이 고객 예치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객 예치금과 교환되는 KRT는 SDT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SDT를 소각하고 KRT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차이가 KRT, 나아가 UST 가격 유지에 도움을 준 셈이다. UST 가격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테라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SDT 발행 사실은 지난 2020년 11월 한 언론에서 '프리마이닝'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투자자 대상 백서에도 포함되지 않은 사안이다. 이에 테라가 비자금을 조성해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이 같은 문제도 국감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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