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신드롬]③'메기효과 통했나'…오겜 만나 판커진 OTT 대전
위상 높아진 K-콘텐츠…글로벌 OTT 격전의 장 됐다
넷플릭스 맞서는 토종 OTT…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도 속도
- 정은지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K-콘텐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TV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 14개 부문에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남우주연상과 조연상 등을 꿰차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업계에서는 오징어게임의 성공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한 K-콘텐츠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플랫픔과 만나 '큰물'에서 자생력을 키운 사례로 거론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큰 성공을 맛본 글로벌 OTT들은 K-콘텐츠를 향한 구애를 보내며 '제2의 오징어게임'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토종 OTT 역시 드라마나 영화 제작 과정부터 깊숙하게 관여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자율등급제 도입 등 본격적인 '판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제2의 오징어게임' 나올까…K-콘텐츠 쏟아졌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기간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공개 4일만에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최초로 드라마와 예능 등 미국 TV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는 '넷플릭스 오늘 미국의 톱10 콘텐츠' 부문 1위에 올랐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글로벌 시청자들에 'K-콘텐츠'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난해 10월 공개된 '마이네임'도 넷플릭스 전세계 차트 3위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11월 공개된 '지옥'도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올해에는 '안나라수마나라', '블랙의 신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모범가족' 등을 잇따라 공개했으나 올 들어 공개한 작품은 대부분 혹평을 받았다. 다만 최근 공개한 '수리남'은 글로벌 시청순위 3위까지 올라서며 1위 기대감도 나온다. 수리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 등을 흥행히킨 윤종빈 감독와 하정우, 황정민 등 배우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 성공에 자극을 받은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상륙하며 콘텐츠 보따리를 쏟아냈다. 그동안 디즈니는 배우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 주연 드라마 '설강화', 강다니엘의 첫 연기 도전작인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 '그리드', 강풀 웹툰 원작 '무빙'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공개했다.
애플TV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첫 오리지널 드라마 '닥터브레인'을 선보였다. 실제 성과는 기대에 못미쳤으나 글로벌 시장에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이후 애플TV는 지난 4월 총 제작비 1000억원의 대작 '파친코'를 공개했다. 애플TV의 파친코 공개는 글로벌 OTT 간 경쟁을 재점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게 섰거라'…토종 OTT의 반격
넷플릭스의 독주에 맞서는 토종 OTT 시장은 웨이브와 티빙 주도로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웨이브는 지상파3사 콘텐츠 접근성을 기반으로 국내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HBO맥스 독점 공급과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통해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해 기획개발 스튜디오인 스튜디오웨이브 설립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스튜디오웨이브가 첫 오리지널 기획 드라마 '트레이서'를 제작해 공개한 데 이어 웨이브 오리지널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위기의 X'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홀인러브', '에덴', '메리퀴어' 등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았다. 웨이브는 '약한영웅', '미션 투 파서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젠틀맨', '데드맨'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웨이브는 HBO와 대규모 콘텐츠 월정액 독점 계약을 체결해 오리지널 라인업 확대를 모색한다.
티빙은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서복', '유미의 세포들', '해피니스', '내과 박원장', '괴이', '돼지의 왕'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개하며 큰 반응을 얻었다.
특히 티빙은 예능 시리즈를 잇따라 공개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환승연애', '신서유기 스페셜',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마녀사냥 2022', '청춘MT'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평가다.
티빙은 KT의 시즌과의 통합을 통해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KT의 제작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올 최대 히트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공개하며 '우영우 열풍'을 이끌었다.
이 외에 '안나', 'SNL'등을 공개한 쿠팡플레이, '시멘틱에러' 왓챠 등도 토종 OTT 경쟁에 가세하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K-콘텐츠로 판 커진 OTT…넷플릭스 독주 체체 끝날까
코로나19와 K-콘텐츠로 OTT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토종 OTT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를 끝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OTT 사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의 등급을 자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7일 여야는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OTT 자율등급제를 골자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받은 OTT 사업자가 온라인 비디오물의 등급을 자율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OTT 산업의 발달로 온라인 영상물의 공급과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급 분류 처리가 지연돼 국내 산업 경쟁력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 방안으로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 범위를 OTT 사업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정부는 '세제지원'에 대한 큰 틀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세부적인 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올해 OTT 콘텐츠 제작 지원 대상 94편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작사들의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제작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제작 역량을 입증한 제작사 입장에서도 더 좋은 조건에서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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