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 예산 줄이고 '디지털플랫폼정부' 키우는 尹정부
2023년 과기정통부 예산안서 '디지털뉴딜' 예산 삭감
"디지털뉴딜 구조조정해서 디지털플랫폼정부에 중점 투자"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뉴딜' 예산을 삭감해 '디지털플랫폼정부' 키우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한국판뉴딜' 관련 사업을 지우고 자체 디지털 혁신 사업인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는 31일 세종시 과기정통부 브리핑실에서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올해 추경예산 대비 2.3% 증가한 총 18조8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류광준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에 편성된 정부 예산안은 재정 기조를 확장에서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고, 강력한 지출 재구조화를 기반으로 국정과제를 충실히 뒷받침하도록 편성됐다"며 "과기정통부는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에 맞추어 성과 미흡 사업, 관례적 지원 사업 등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했고, 구조조정으로 확보된 재원은 초격차 전략 기술 육성,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인재 양성 등에 중점 투자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된 예산은 1조원에 달한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판뉴딜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디지털뉴딜 사업이 포함됐다. 브리핑 이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이같이 밝혔다.
이주헌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담당관은 "구조조정은 각종 평가를 통해서 성과가 미흡했던 사업들이나 집행이 부진했던 사업들이 대상이 됐는데 디지털뉴딜도 사업 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신규 물량을 효율화하는 방법 등으로 구조조정을 했다. 해당 재원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딜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국판뉴딜'의 핵심 축이다. 문 정부는 2020년 7월 코로나19 경제 위기 조기 극복 및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판뉴딜을 발표했다. 디지털뉴딜은 댐에 물을 저장해 수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하듯 데이터 댐을 구축해 분야별 데이터를 확충하고, 네트워크 인프라 및 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에 방점을 둔 사업이다.
그러나 디지털뉴딜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추경 과정에서 한국판뉴딜 사업은 예산 삭감 대상이 됐고, 감사원도 해당 정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여당에서는 디지털뉴딜 사업을 두고 "세금을 쏟아부어 단기 알바를 양성한 엉터리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신 디지털뉴딜 관련 사업은 디지털플랫폼정부라는 이름으로 재편됐다. 과기정통부는 AI·데이터 기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등 디지털 혁신 확산에 전년 대비 9.5% 증액된 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민·관이 참여하는 디지털플랫폼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국정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표방해왔다. 이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이를 준비해왔다. 현재 디지털플랫폼정부은 범부처 성격의 사업으로,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가 주도하고 있다.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지난 7월부터 대통령 소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설치됐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디지털 혁신이라는 큰 틀에서 기존 디지털뉴딜 사업과 궤를 같이한다. 위원회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이라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대국민 선제적·맞춤형 서비스 제공,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 구현, 국민·기업·정부 협력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을 추진 중이다.
류 실장은 "기존 정부 사업 중 승계할 건 승계하고 구조조정 할 건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기재부와 얘기해서 새 정부에선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필요한 사업들은 효율화하고 구조조정해서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딜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과 관련해선 "예산 짤 때는 그걸 염두에 뒀다기보단 예산실과 얘기하면서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하고 필요한 것들은 사업 성격, 구조를 바꿔서 반영하기도 했다. (디지털뉴딜 관련) 전체 숫자는 조금 줄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 예산 삭감을 놓고 여소야대 국면의 국회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과기정통부 예산안은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달 2일 국회에 제출된다. 이후 정기 국회에서 상임위 예비심사, 예결위 본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수정 및 확정된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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