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의 IT프리즘]尹정부 출범 100일…디지털·ICT 분야 평가는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뉴스1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 지난 22일 정부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 합동으로 2026년까지 디지털 인재 100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규제를 완화해 첨단기술 학과 정원을 늘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정보기술 교육 시간을 두 배로 확대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으로 디지털, ICT 분야 반도체 지원 대책 이후 나온 대규모의 인력 양성 계획이다.

이제 새 정부 출범이 100일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장관 인사가 마무리되지 못했고, 인사 문제 등으로 인해 여론조사 지지율도 하위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ICT 분야 국정과제의 진행 상황은 어떨까.

우선 윤정부의 디지털, ICT 분야의 국정과제의 내용을 살펴보자. 120대 국정과제 중 디지털, ICT 분야 국정과제는 크게 디지털 대전환 분야, 미디어 분야, 디지털 금융 분야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대전환 분야의 과제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과기정통부‧행안부‧개인정보위), 민‧관 협력을 통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과기정통부),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 및 디지털 혁신 가속화(과기정통부),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역량 강화(국정원‧과기정통부‧국방부‧외교부)이다.

둘째, 미디어 정책 관련해서는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 및 국민 신뢰 회복(방통위),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방통위, 과기정통부), K-콘텐츠의 매력을 전 세계로 확산(문체부), 국민과 동행하는 디지털‧미디어 세상(방통위)이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금융 분야에는 미래 금융을 위한 디지털 금융혁신 (금융위),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금융위)이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윤 정부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과제임에도 아직 디지털 플랫폼 정부위원회 위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가·사회 디지털 혁신의 근간인 AI·데이터·클라우드 등 핵심기반을 강화하고, 메타버스·디지털플랫폼 등 신산업을 육성하여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이미 지난 정부부터 추진하던 과제로 계속 추진 중이며,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건전한 혁신·성장 촉진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체계를 확립하는 과제는 자율규제 협의체 구성 등 진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신뢰 기반 확보를 위해 사이버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과제의 내용에는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설치 등을 규정한 법령 제정이 있는데, 아직 진행이 더디고 위원회 감축 정책에 따라 사이버안보위의 설치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디어 분야의 경우에도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방통위 위원장의 퇴임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의 위상 정립과 공적 책무 이행을 위한 경영평가 및 지배구조, 수신료 등 관련 법·제도 개선, 미디어에 대한 낡은 규제개선 및 OTT 등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산업의 혁신성장 지원,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기구 설치 추진 등의 과제가 아직 답보상태이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OTT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해서도 세제지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유료방송 소유·겸영 규제 완화와 유료방송 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규제혁신 조치를 취한 점은 평가할만하다.

디지털 금융 혁신 과제는 크게 3가지의 세부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불완전판매 방지, 고객정보보호 강화 등 금융분야 빅테크 그룹에 대한 규율체계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하는 과제, 둘째,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분야 데이터 수집·활용 인프라 및 금융보안 규제를 개선하고 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 출시를 지원하는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 과제, 셋째, 빅블러(Big-blur) 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 금융회사 업무범위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비금융간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수용할 수 있는 진입체계를 마련하는 등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제이다. 이 과제들은 아직은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금융규제혁신회의 등의 거버넌스를 통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 과제의 경우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가상자산 시장이 책임 있게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주요과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유틸리티, 지급결제 등)으로 나누어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체계에 따라 발행될 수 있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하고, 비증권형 코인의 경우,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발행·상장·불공정거래 방지 등의 규율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

디지털 자산 과제의 경우 국회 주도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정부 주도의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TF라는 거버넌스가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 투자자 보호 등 규제강화와 가상자산 산업 육성이라는 일견 모순되는 정책목표에 대한 방향성이 불명확한 상황이다. 나아가 한국의 독자적인 규율체계를 정립하기보다는 미국의 규제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 취임 100일의 디지털, ICT 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우선 관련 임무를 수행할 과기정통부, 방통위의 주요 직위의 인사가 늦어지는 등 정책 거버넌스 확립에 시간이 걸렸던 것이 문제였다. 이제 인사가 상당히 마무리된 만큼 조속한 실행이 이뤄지기 바란다. 또한 사이버안보나 미디어 분야 등 다부처 이슈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슈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형태의 조직이 필요하므로 위원회 조직 구성도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경우 전형적으로 여러 부처 간 관할권이 중복되면서 자칫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총괄 역할을 하고 있고 공정위, 방통위, 과기정통부가 참여하는 형태의 협의체가 운영 중이지만 자율규제의 방향, 내용에 대한 논의보다는 관할권 다툼이 더 부각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보다 강력한 조정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디지털 금융 분야는 핀테크와 빅테크에 대한 규제와 혁신금융 지원, 기존 금융사에 대한 소비자 보호 규제와 업무범위 규제 완화라는 목표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해진 상황이다.

마침 최근 윤 정부가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여 정책의 우선순위 설정, 정책 조정 등을 강화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다. 디지털, ICT 분야의 경우에도 정책기획과 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져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로의 진입을 앞당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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