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거장' 얏 시우 "블록체인 뛰어든 게임사들, 웹3 가치 이해해야"
세계 최대 블록체인 게임 투자사 애니모카브랜즈 창업자 인터뷰
"'디지털 소유권' 구현해야 진정한 메타버스…더 샌드박스가 그 사례"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최근 국내 게임 산업은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하는 ‘웹 3.0(이하 웹3)’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 게임사부터 위메이드, 컴투스, 크래프톤 등 국내 모든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 중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뒤처지는 것을 우려해 웹 3에 대한 이해없이 사업에 나선 곳도 있을 것이란 비판이 따른다.
'메타버스의 거장' 얏 시우(Yat Siu) 애니모카브랜즈 창업자 겸 회장도 이 같은 비판에 공감했다.
그는 9일 'KBW 2022:IMPACT' 행사장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전통 게임사들이 웹3에 뛰어들고 있지만 왜 왭3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웹3의 가치를 진짜 믿는 팀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거장의 투자 기준은? "웹3 가치를 이해하는 팀"
애니모카브랜즈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게임 투자기업이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로 잘 알려진 '더 샌드박스'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엑시인피니티, 디센트럴랜드 등 블록체인 게임 및 메타버스에서 혁신을 일으킨 기업들은 대부분 애니모카브랜즈의 지원으로 성장했다. 애니모카브랜즈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블록체인 업계에서 신뢰도를 얻게 될 정도다. 회사를 이끄는 얏 시우 창업자는 '메타버스의 거장'으로 통한다.
혁신 기업들을 다수 발굴한 '메타버스의 거장'은 투자 시 어떤 기준을 적용할까. 이에 대해 시우 창업자는 "모든 투자사가 그렇듯 '팀 구성원'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팀 구성원, 즉 창업 멤버는 모든 투자사들이 적용하는 기준이지만 시우 창업자의 기준은 남달랐다. 그는 "멤버의 재능이나 창의성을 본다기 보다는, 웹3의 가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어 "웹3 게임과 메타버스는 게임사가 통제력을 포기하는 데 가치가 있다"며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가지려는 생각이나, 게이머의 아이템을 통제하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생태계 구성원들과 수익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제력을 포기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게이머들과 수익을 공유하는 것에 열려 있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전통 게임사들도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시우 창업자는 "웹3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전통 게임사들은 지속가능한 웹3 게임을 개발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데 목적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애니모카브랜즈가 투자한 더 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디센트럴랜드 등은 다 2018년 초에 개발을 시작한 블록체인 게임들이다. 2018년은 비트코인(BTC) 가격이 300만원까지 떨어졌던 '크립토 겨울'이었다. 해당 기업들은 암호화폐 및 NFT 시장이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관계없이 웹3의 가치를 믿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시우 창업자는 설명했다. 현재도 그는 이런 기업들을 찾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선 블록체인 게임사 '플라네타리움'을 예로 들었다. 시우 창업자는 "한국 기업 중에선 플라네타리움이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며 "모바일 게임이 태동할 때 한국의 컴투스 같은 당시 신생 기업이 성공했듯, 블록체인 게임이 태동하는 이 시기에는 신생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웹3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오픈소스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우 창업자는 "오픈소스로 개발하지 않으면 자꾸 게임사가 아이템이나 게이머를 통제하려고 한다"며 "다른 게임과의 연결, 즉 상호운용성을 위해서도 오픈소스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소유권' 구현해야 진정한 메타버스"
그렇다면 얏 시우 창업자는 어떻게 처음부터 웹3 게임과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믿게 됐을까.
이에 대해 그는 "80년대 비디오게임과 함께 자란 세대인데, 당시에는 게임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았지만 사실 게임을 통해 친구를 만드는 등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며 메타버스의 필요성을 어떻게 느끼게 됐는지 설명했다.
또 "1990년에는 처음으로 게임에서 가상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그 땐 내가 그 아이템을 실질적으로 소유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며 NFT 아이템이 왜 필요한지도 언급했다. 그는 "NFT가 등장했을 때, 디지털 아이템을 소유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디지털 아이템은 모든 게임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이 잘 맞는다고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했듯 NFT로 제작된 게임 아이템은 소유권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 진정한 '디지털 소유권'을 가능케 한다. 이 디지털 소유권이 접목된 메타버스야말로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시우 창업자는 강조했다. 최근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부상했지만 일부는 NFT 도입을 통해 디지털 소유권을 구현했고, 일부는 그렇지 않은 데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시우 창업자는 "진정한 메타버스는 디지털 소유권을 구현해야 한다. 블록체인 게임을 만든다는 게임사들조차 아이템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그건 진정한 메타버스, 블록체인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디지털 소유권을 통해 게임사가 아닌 커뮤니티가 게임의 진정한 소유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디지털 소유권을 제대로 구현한 메타버스가 '더 샌드박스'다. 애니모카브랜즈의 자회사이기도 한 더 샌드박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자리한 가상 부동산 NFT '랜드'로 유명하다. 글로벌 게임사들은 물론 구찌, 아디다스 같은 패션 브랜드, SM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사까지 더 샌드박스 내 랜드를 구입하고,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시우 창업자는 더 샌드박스가 크게 두 가지 혁신을 이뤘다고 밝혔다. 진정한 디지털 소유권을 구현한 것,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 적합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 이 두 가지가 그가 밝힌 혁신이다.
시우 창업자는 "이미 다른 프로젝트들도 더 샌드박스를 따라 가상 부동산을 판매하고 있다"며 "부동산 개념으로 디지털 소유권을 구현한 건 아주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샌드박스는 아시아 시장에도 매우 적합하다. 한국,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데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자산일지라도 이를 소유하는 데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더 샌드박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KBW2022서 에너지 느껴…큐브엔터와 협업해 아시아 NFT 시장 공략"
웹3의 가치를 이해하는 기업으로 국내 기업인 플라네타리움을 언급했을 정도로 시우 창업자는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도 매우 높다.
이에 애니모카브랜즈는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합작법인 '애니큐브'를 설립, 엔터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사업에 나섰다. 큐브엔터와의 협업에 대해 시우 창업자는 "큐브는 브랜드 평판도 좋고, 좋은 콘텐츠 IP가 있는 엔터사"라며 "큐브와 함께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면 더 많은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국 기업과의 협업 계획에 대해선 "자회사 더 샌드박스가 여러 한국 콘텐츠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더 샌드박스는 롯데월드,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굵직한 IP 보유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기업들이 메타버스에서 NFT를 선보이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있었던 '플레이 투 언(P2E)' 용어 관련 논의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게이머가 돈을 벌 목적으로만 게임을 한다면 게임이 재미를 잃을 수 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게이머의 수익화와 재미를 둘 다 챙기는 '플레이 앤 언(P&E)'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시우 창업자는 "P2E도, P&E도 틀린 건 아니다"라며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게이머는 P2E를 하면 되고, 돈이 안 중요한 게이머는 P&E를 추구하면 된다. 두 가지는 뉘앙스의 차이이고, 게이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블록체임 게임 및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믿는 만큼, 애니모카브랜즈는 암호화폐 하락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늘리겠다고 시우 창업자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 분기에만 32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3분기에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다만 이전에 비해 투자 계약을 빠르게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한다는 설명이다.
'크립토 겨울'이지만, 첫 크립토 겨울이었던 지난 2018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우 창업자는 "지금은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해도 에너지는 많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시장 상황은 안 좋아도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개발을 지속하는 팀들이 많다. 여기 KBW 2022에 온 뒤 더욱 느낀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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