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매의 효율성과 온라인 광고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주인공 '경매', 주파수·검색광고 등 활용되며 현실 문제 해결에 기여
"경매 통한 광고비는 고정 수수료와 달라…섣부른 광고 경매 규제, 시장에 부정적 영향↑"

(왼쪽부터)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와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지영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노벨위원회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밀그럼 교수와 윌슨 교수를 202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밀그럼 교수와 윌슨 교수는 여러 경매 방식에 대한 입찰자들의 행동과 효율적인 경매 방식에 대한 연구등을 통해 경매 분야의 이론을 넓히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경제학 분야에 우수한 연구에 수여하는 다른 명예로운 상들이 있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가지는 의미는 현실에 끼치는 공로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를 "밀그럼과 윌슨은 이론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경매 방식을 도입한 것이 구매자와 판매자, 납세자와 이용자, 사회 전체의 최대 이익을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4년에 이들이 제안한 경매 방식을 기반으로 한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으며, 이후 많은 국가들이 이 경매방식을 통해 사업자들에게 주파수를 배분했다. 또한 이 경매방식은 주파수뿐 아니라, 공항에서 시간대별 항공기의 이착륙 권리 등 전통적으로 가격을 매겨 팔기 어려운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에 적용되어 효율적으로 판매하는데도 기여했다.

이런 경매 방식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어 왔으며 특히 최근 온라인 산업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는 우리가 온라인 검색엔진에서 어떤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검색 결과의 일부분으로 노출되는 검색광고를 들 수 있는데 검색광고에서는 검색 결과로 노출되는 광고주 선정과 그들의 광고비 결정을 경매를 통해 결정한다.

검색 광고 경매 방식은 지난 1998년 고투닷컴에 의해 처음 도입되고 2002년 '구글'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한 후, 현재 미국의 '빙', 중국의 '바이두', 한국의 '네이버'를 비롯한 전 세계 대다수의 검색 서비스에서 적용돼 검색 광고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아마존과 같은 쇼핑 플랫폼 및 페이스북과 유튜브와 같은 SNS상의 디스플레이 및 비디오 광고를 포함한 다양한 광고 판매에도 경매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나아가서, 경매는 TV나 옥외광고 등 오프라인 광고의 판매에서도 적용되기까지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등 이른바 '플랫폼 갑질'을 막고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상생을 유도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입점 업체에 대한 보호장치 신설을 골자로 한다고 하는데, 플랫폼 갑질을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 이외에도 수수료 및 광고비에 대한 규제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혹 온라인 광고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도 든다.

보통 경매를 통한 재화의 판매는 경매에 참여한 구매자의 비용 절감과 판매자의 수익 향상을 함께 달성하고 또 경매를 통해 가장 적절한 구매자에게 재화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온라인 광고를 경매를 통해 판매할 시 광고주들의 광고 비용과 플랫폼 수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또 사용자들의 검색 취지에 적절한 광고 선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리 정해진 고정 비율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와 달리, 온라인 광고 경매에 참여하는 광고주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경매에 입찰을 하고 이를 통해 광고주들이 지불하는 광고비가 결정된다.

다시 말해 광고주의 광고 의향과 전략적 결정은 광고비 산정에 영향을 줄 것인데, 예를 들어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이 큰 판매자는 공격적으로 광고비를 늘릴 수도 있고, 광고가 크게 필요하지 않거나 현행 광고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판매자는 입찰금과 전체 광고비를 줄일 수도 있다.

즉 판매자가 임의로 조절할 수 없는 고정 수수료와 달리 경매를 통한 광고비는 판매자의 니즈에 따라 좀 더 유연하게 조절 가능한 것이다.

경매 방식을 통한 광고비는 시장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기도 하는데, 필자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검색광고 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서도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비대면 수요 및 온라인 거래의 증가로 소비자들의 검색광고 이용이 증가하였고 실제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수와 광고 노출 및 클릭 수도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광고 노출과 클릭 수의 증가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광고수의 증가는 광고주들간의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광고주의 광고 비용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실제 연구 결과에서는 오히려 광고주들의 평균 입찰가는 하락해 광고주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클릭당 광고비(cost per click)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어려운 경영 환경을 반영해 광고주들이 입찰가를 낮춘 결과로 보여진다. 특히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국만의 특이사항은 아닌 것 같은데, 이마케터 및 여러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도(아마존 광고와 구글 광고)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역설적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 온라인 광고주들의 광고 효율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물론 실제 경매를 통해 광고를 배분하고 광고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론과는 다른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번 노벨상 수상 이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화의 효율적인 배분과 가격 결정에 있어서 경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경매는 온라인 검색광고에 처음 도입된 후 채 20년이 되지 않아 검색광고 뿐만 아니라 여러 온라인 광고 판매에 폭넓게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 대체적으로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현행 방식에 충분한 논의와 준비없이 규제를 도입한다면 광고를 판매하는 플랫폼은 물론, 광고주와 소비자까지 포함한 전체 온라인 광고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검색광고를 어떻게 규제할지 결정하기 전에 해당 규제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과 광고 판매자와 광고주 등 검색광고의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hway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