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서 흥행하면 남는 장사…게임 표절 논란 줄지 않는 이유

IP·특허·저작권 소송 늘어도 '베끼기' 관행 지속
시프트업 캐릭터 덜미…닌텐도도 '총켓몬' 개발사 소송

홍련 흑영 스토리편에 등장하는 NPC(왼쪽) 일본 아티스트 NECO가 픽시브 업로드한 캐릭터 일러스트 '사무라이'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게임업계가 잇단 표절 논란과 저작권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익을 거두던 시대가 저물고 IP(지식재산권) 중요성이 커지면서 법적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베끼기'가 줄지 않는 건 소송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데다 게임을 모방한 업체가 부정경쟁법 위반으로 패소해도 손해가 크지 않은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특정 게임이 소위 '대박'을 내면 유사게임을 만들거나 캐릭터 디자인을 슬쩍 베껴 쓰는 관행이 지속하고 있다. 소송에서 지더라도 손해가 크지 않고 원작자와 합의하거나 법정 조정 등에 이르면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 상황에선 IP·콘텐츠를 새롭게 개발해 실패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 흥행작을 답습하는 편이 시장 안착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쉽다.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홍련 흑영(시프트업 제공)

시프트업(462870)은 올해 초 제기된 '승리의 여신: 니케' 게임 내 캐릭터(홍련:흑영) 표절 지적을 최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홍련:흑영은 기존의 '홍련'의 과거 모습을 구현한 캐릭터로 올해 1월 추가했다. 홍련은 특색 있는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 높은 성능으로 인기를 끌며 게임 흥행에 일조했다. 그런데 과거 스토리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일본 캐릭터 아티스트(네코·NECO)의 일러스트와 콘셉트를 가져다 썼고 표절 문제가 불거졌다.

시프트업은 그로부터 8개월 후인 이달 24일 해당 NPC 캐릭터 사용은 즉시 중단하고 디자인을 수정한 홍련:흑영(스칼렛:블랙섀도우) 캐릭터는 아티스트의 배려로 계속 사용한다고 밝혔다.

팰월드 500만장 판매 돌파(팰월드 X 갈무리)

일본 인디 게임개발사 포켓페어의 '팰월드'는 '포켓몬스터'와 유사하다는 논란을 달고 다니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냈다.

포켓페어가 7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애니플렉스 등과 손잡고 팰월드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굿즈 IP 사업까지 발을 넓히자 닌텐도(포켓몬컴퍼니)가 소송을 걸었다.

닌텐도는 이달 19일 "포켓페어가 개발·판매하는 게임 팰월드가 복수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 간 소송은 크래프톤(259960)의 신규 게임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펍지(PUBG) 스튜디오 산하에 '팰월드 모바일' 게임 제작진을 꾸리고 인력을 모집하다 공고 명칭을 'New Project'로 변경했다.

다크앤다커(Dark and Darker)

국내 게임사 간 저작권 소송도 늘고 있다. 현재 넥슨(P3프로젝트)-아이언메이스(다크앤다커), 엔씨소프트(리니지M)-웹젠(R2M), 엔씨소프트(리니지2M)-카카오게임즈(아키에이지워) 등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넥슨게임즈(225570) 개발진들이 독립해 꾸린 디나미스원의 '프로젝트 KV' 경우 게임 정보 공개 직후 '블루아카이브'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