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새 뇌관 된 '저작권'…오락가락 판례에 게임사 발 동동

저작권보단 부정경쟁방지법으로…재판부, '게임'에 보수적 태도 보여
판결문 등에서 '투자·노력' 출처 밝히기도…전향적 태도 시사?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에서 관람객들이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총 42개국 1037개 사가 3328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다. 2023.11.1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최근 게임사 간 법적 공방의 핵심인 '저작권'을 두고 법원의 판례가 일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게임 도용 사례를 두고도 한 판례는 저작권법으로, 다른 판례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판단해 같은 다툼을 하고 있는 게임사들도 혼란해 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재판부 대부분이 게임 이해도가 높지 않아 게임 콘텐츠 저작권 관련 다툼에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송 다툼에서 게임 간 유사한 UI(User Interface·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캐릭터·플레이 방식이 등장해도 저작권법보다는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기대는 재판부의 보수적인 태도가 낮은 업계 이해도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저작권법으로 판단할 경우 저작권자에게 높은 수준의 보호 장치를 제공해야 하고, 저작권 침해를 두고 추가적인 법원의 피해구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보다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공정거래법을 채택, 게임 콘텐츠 침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단순 계산하는 방식으로 담당 판례를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혼선이 가장 두드러진 판례로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분쟁이 꼽힌다. 2014년 킹닷컴은 자사의 모바일게임 '팜히어로사가'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포레스트매니아'가 표절했다고 보고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재판부는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1심에서는 킹닷컴의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되 아보카도의 아이디어 도용 관련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했다. 2심에서는 이를 뒤집어 게임사의 아이디어는 자유로운 모방과 이용이 가능하다고 봤고, 아보카도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게임을 개발했다고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에서는 1·2심을 모두 뒤집고 킹닷컴의 저작권을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킹닷컴의 모바일 게임이 선행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추고 있으며 저작물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아보카도의 게임과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엔씨소프트(036570)(엔씨·NC)와 블루홀스튜디오·웹젠(069080), 넥슨코리아와 아이언메이스 등 굵직한 저작권 관련 분쟁들이 이어졌다. 최근 1심이 선고된 엔씨와 웹젠의 사례에서 또한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방지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최근 재판부가 판결문·결정문 등에 '상당한 투자·노력을 기울여 게임을 구현했다'는 문구를 넣은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작권 분쟁에서 누구를 저작권자로 인정할지 판단하는 핵심적인 근거로, 재판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8월 엔씨·웹젠의 소를 담당하는 재판부는 "리니지M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여 게임에 이 사건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을 구현함으로써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웹젠은 R2M을 출시·제공함에 있어 리니지M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5일 넥슨코리아와 아이언메이스가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 소송의 재판부 또한 "P3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P3 게임 및 그 기획안 등은 넥슨코리아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넥슨코리아의 성과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명시했다.

박종현 국민대 교수는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이나 이후 수입 관련해서 누가 상당 부분 기여했느냐가 저작권 다툼에서 저작권자를 인정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며 "가처분과 달리 본안 판단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