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외부 경영진 영입한 택진이형…게임사 게임·경영 분리 바람

'실적 굳히기' 위해 투톱 체제 채택한 넥슨
택진이형, 체질 개선 위해 27년만에 내려놓은 단독 대표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본사.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게임업계에 '공동대표' 체제를 선택한 넥슨코리아·엔씨소프트(036570)(엔씨·NC)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넥슨은 그간 위기를 맞을 때 개발·살림을 이원화한 공동대표로 위기를 헤쳐나갔는데, 이번에는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쌍두마차를 꾸렸다. 엔씨는 27년간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해 온 김택진 대표가 '게임'에 집중하고, 경영 제반을 박병무 대표에게 맡겨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엔씨 양사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넥슨은 현 이정헌 대표가 넥슨재팬(중간 지주사) 대표로 부임하고, 김정욱 CCO와 강대현 COO가 공동 대표를 맡는다. 엔씨는 설립 이후 27년간 쭉 김택진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는데, 내년을 기점으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선임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넥슨은 회사가 흔들리던 순간마다 공동대표 카드를 꺼내왔다. 정상원 전 대표가 돌아와 개발 조직과 비개발 조직의 갈등 봉합이 필요했던 2004년 서원일·데이비드 리 공동대표 체제를 채택했고, 디즈니 피인수 결렬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겹쳤던 2009년에도 서민·강신철 대표 체제를 선택했다. 이후 2010년부터 넥슨은 서민·박지원·이정헌 단독 대표 체제를 13년간 유지해왔다.

넥슨의 이번 공동대표 체제는 실적 굳히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이 기존 문법과 다른 게임을 개발하려면 안정적인 기존 게임들의 라이브 서비스가 요구된다.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굵직한 지식재산권(IP)을 관리해 온 강대현 COO에 더해, 넥슨 매각 철회·노사 갈등 봉합 등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유한 김정욱 CCO의 조합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신임 공동 대표들이 넥슨게임즈와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는 과제로 남았다. 현재 넥슨게임즈에서 출시 몇개월 만에 '베일드 엑스퍼트' 서비스를 종료했고, 넥슨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듀랑고'의 후속작을 개발 중이어서다.

김택진 엔씨(NC)소프트 대표. (자료사진). 2018.11.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엔씨도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 박병무 대표는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후 굵직한 합병(M&A)과 기업 분쟁 사건을 담당해왔다. 뉴브리지캐피탈·하나로텔레콤·VIG파트너스를 거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특히 김택진 대표는 최근 '게임'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해왔다. 10월 출범한 '변화경영위원회'는 사내 조직개편을 담당하고 있는데, 김택진 대표는 해당 조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 11월 국내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선 기존 MMORPG 장르에서 탈피한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저 과금에 기댄 리니지·모바일 게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내 개발·기획 조직 개편이 필수다. 2007년부터 엔씨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하며 대내외 사정에 능통한 박 대표를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최근 출범한 엔씨 노조 '우주정복'과의 관계 설정이 과제로 꼽혔다. 가족·임원 중심의 기존 경영 방식 탈피, 직원 연봉·복지 산정법 등 현안이 쌓여 있는 상태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