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여성 풋살팀 FCNC "풋살, 출근마저 즐겁게 만드는 매력"

[인터뷰] 엔씨소프트 여성 풋살 동호회 FCNC
"풋살만큼 아드레날린 나오는 운동 없어…재미뿐 아니라 화합도"

24일 서울시 소재 한 풋살 구장에서 경기 시작 전 다같이 응원하는 FCNC 선수들의 모습 (엔씨소프트 제공)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연습이 잡힌 날 출근시간을 훌쩍 앞선 오전 7시에 출근해 업무를 미리 처리한다. 회사 창립기념일엔 퇴사자까지 함께 모여 볼을 찬다.

회사 엘리베이터 안, 운동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은 동료를 만났을 때 미묘하게 어색하다. 다함께 엠티를 가서도 7~8시간 동안 미니게임을 비롯한 기본기 훈련에 매진한다.

엔씨소프트의 여성 풋살팀, 'FCNC' 이야기다.

이달 24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036570) 본사에서 FCNC 선수들을 만났다. 엔씨에서 3D 캐릭터 그래픽을 맡고 있는 성유현 주장, 쓰론앤리버티(Throne and Liberty) 개발을 맡고 있는 김지혜 선수, 리더십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조직개발팀 김세진 선수를 비롯해 송근원 감독, 강한솔 코치가 함께했다.

약 1년간 합을 맞춘 이들은 '흑역사'가 될 뻔했던 첫 경기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풋살을 통해 쌓은 추억을 꺼냈다.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영향으로 여성 풋살의 수요가 높아졌다.

판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판교 IT·게임업계 중 카카오에서 여성 풋살팀이 생겼다는 소식이 엔씨에 전해졌다. 엔씨 기존 축구·풋살 연합 사내 동호회 FCNC 또한 여성 회원들을 찾아 나섰다.

초심자 심리적 장벽을 고려해 부드럽게 접근했다. 당장 동호회 가입을 종용하기보다 풋살 맛보기용인 원데이 클래스로 유도했다. 사내 게시판에 '초보자 대환영'이라며 원데이 클래스 모집 글을 올렸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FCNC에서 제작한 원데이 클래스 홍보용 포스터들. 초심자들에게도 가볍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엔씨소프트 제공)

첫 원데이 클래스에 20여명이 몰렸다. 1기 원데이 클래스 참가자의 잔존율(리텐션)은 거의 100%다. 일부 퇴사자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FCNC에서 함께 뛰고 있다. 엔씨 창립기념일에 외부 매치가 잡히면 퇴사자들은 현 직장에 연차를 쓰고 달려온다.

아직까지도 풋살로 맺어진 끈끈함이 이어지는 셈이다. 현재 FCNC 여성 선수들은 40명, 총 인원은 120명에 육박한다.

풋살 매력은 뭘까. 기존 축구 종목에 비해 인원도 구장 크기도 작다. 풋살은 골키퍼(골레이로)를 포함해 총 5명이 참가한다. 평균 풋살 구장의 크기는 축구 구장의 4분의 1 정도다. 풋살공도 축구공보다 탄성이 적은데 구장이 작으니 상대를 제치기 위해 체력 소모가 많다.

성유현 FCNC 주장은 "운동을 종류별로 해봤는데 풋살만큼 아드레날린이 많이 올라오는 운동이 없다"며 "일상 생활에서 그런 걸 느낄 일이 많이 없지 않나. 사는 데 활력을 주는 데 끝나는 게 아니라 삶이 다이내믹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선수도 "훈련이 잡힌 날 아침에는 출근 고통이 없다"며 "훈련·매치가 없는 날은 심심하고 침울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24일 <뉴스1> 여성 풋살팀과의 친선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는 김지혜 선수의 모습 (엔씨소프트 제공)

FCNC팀은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사내 R&D센터 지하 피트니스 체육관에 모여 연습한다. 토요일에도 아침 8시께 조기풋살 모임을 운영 중이다. 통상 남녀를 나눠 미니게임을 진행하지만 인원이 모자랄 경우 밸런스 조정을 거쳐 혼성 경기로 전환한다.

FCNC의 초반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원데이 클래스 시작 후 3개월에 불과했던 지난해 7월 카카오와의 첫 경기에서 고배를 마셨다. 해당 경기를 직접 뛰었던 세 선수는 그날을 '굴욕적'이라 기억했다.

팀 내의 미니게임과 실제 매치는 차원이 달랐다. 바짝 긴장한 선수들의 귀에 각 팀의 쩌렁쩌렁한 응원이 겹치자 감독·코치의 지시도 들리지 않았다. 자책골이 속출했다.

김세진 선수는 "기량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후반에는 축제로 전환을 했다"며 "즐기러 왔으니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호 자책골을 넣었다던 김지혜 선수는 "팀 내에서 자책골도 '골'이라는 응원이 나왔다"며 "나중에는 사진도 찍고 인스타에 '박제'도 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매치 이후 의욕이 끓어올랐다. 기존에는 풋살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는 부위별 트래핑(허벅지·가슴·발) 훈련만 세차례 진행하거나 패스·포지션 훈련 등 기본기에 매진 중이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인데 인기는 많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FCNC는 '출전 포인트제'를 운영 중이다. 트레이닝이나 외부 일정 참석 여부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한다. 매치가 잡히면 참석 희망자 중 포인트가 높은 순으로 우선 출전권이 지급된다. 상위 포인트 보유자들에게는 일정 용도의 스포츠 용품도 보상으로 주어진다.

기술PM 소속의 송근원 감독은 "연습을 열심히 나오면 합도 잘 맞고 출전권도 갖게 된다"며 "신기하게도 포인트제로 운영하면 자연스럽게 실력순으로 정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25일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FCNC 구성원들의 모습. 강한솔 코치(좌측부터), 성유현 주장, 김지혜 선수, 김세진 선수, 송근원 감독 (엔씨소프트 제공)

FCNC 구성원들은 훈련과 매치를 통해 재미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감독·코치를 맡고 있는 남성 선수들의 도움이 컸다고 누차 강조했다.

성유현 주장은 "회사에 개발실 사람들만 있는 줄, 개발팀이 한 90%는 되는 줄 알았다"며 "(엔씨에) 이렇게 많은 직군의 구성원들이 있고 풋살을 하며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세진 선수는 "남성 선수들이 많이 얘기해주시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직접 풋살 강의도 찾아보고 1대 1 코칭을 해주시는 등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따라갈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FCNC의 다음 목표는 다양하다. 다양한 대회 출전은 물론 풋살을 넘어 진짜 축구를 혼성으로 뛰어보고 싶다는 구상도 있다. 감독·코치진이 아직 남성이라 여성 감독·코치진에 대한 갈증도 있다.

성유현 주장은 "요즘 꼭 동호회가 아니더라도 개인 레슨이나 풋살 경기 매칭을 혼자서도 나가는 등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며 "풋살 자체를 즐기길 바랐는데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