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게임인가, 영상채팅인가"…직장인의 메타버스 '개더타운' 가보니

초딩들의 전유물 '메타버스'에 직장인도 빠졌다
아바타와 카메라의 만남…현실을 '연결'하고 '대체'까지

미국의 스타트업 개더가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최근 IT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메타버스'다. 게임사부터 정치권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연일 강조되는 탓에 누구나 한 번쯤 타보고 싶은 '버스'가 됐다.

문제는 정작 성인들이 올라탈 만한 메타버스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메타버스는 '로블록스'. 그런데 로블록스는 미국 초딩들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어린 이용자가 많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제페토'도 있다. 그런데 역시 이용자의 90%가 해외 10대 어린이다. 결국 대부분의 메타버스 체험은 '찍먹'(찍어먹기)에 그치고 만다.

그런데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메타버스를 '체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개더타운'을 통해서다.

◇ 90년대 고전게임인가?…"일단 쉽다"

지난 7일 서울시설공단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개더타운'을 활용해 노사 합동 청렴 실천 협약식을 열었다. 임직원 50여명이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 공간에 모여 행사를 진행했다.

8일엔 LG디스플레이가 '개더타운'을 이용해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가상 공간에 모인 신입사원 200여명은 가상 공간에서도 동기들 간의 교류를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개더타운은 미국의 스타트업 개더가 만든 '온라인 사무실'이다. IT기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이름을 알린 후, 한국으로 넘어왔으며 최근 가능성을 인정받고 지난 3월 2600만달러(약 290억원) 규모 시리즈 A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개더타운에 접속해본 결과, 개더타운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이용 가능하다. 또 회원가입은 없으며, 동시 접속인원 25명 미만은 무료로 제공된다.

이용법도 간단했다. 우선 개더타운을 실행하자 레고를 연상케 하는 2등신 캐릭터가 나타났다. 일반 PC 게임처럼 키보드의 W·A·S·D를 이용해 상·화·좌·우로 움직인다. 혹 90년대 고전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모든 게 직관적이었다. 단, 모든 언어는 '영어'로 설정돼 있었다.

미국의 스타트업 개더가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 현실을 '연결'하고 '대체'한다

개더타운의 핵심은 '카메라 시스템'이다. 개더타운을 시작하면 개인별 '아바타'가 주어진다. 다만, 여느 메타버스 플랫폼처럼 소통을 아바타로 진행하지 않는다. 아바타와 아바타와 가까워지면 PC 앞에 앉은 내 모습이 '영상'으로 나타난다. 마치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처럼 말이다.

이는 가상 세계가 현실의 공간과 '연결'되게 만든다.

업무 지원 기능도 돋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회의실이다. 회의실엔 전 직원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가 설치돼있다. 실제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한 이용자가 문구를 작성하면, 다른 이용자 화면에도 똑같이 나타나 이를 공유할 수 있다.

강연장도 있다. 이용자가 강연대에서 말하면, 가상 공간에 있는 모든 직원에게 음성이 전달된다. 일종의 '공지방'인 셈이다. 직원들이 다함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공간, 대규모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공간,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간단한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이러한 업무 지원 기능은 가상 세계가 사무실을 '대체'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LG디스플레이 메타버스 신입사원 교육장. (LG디스플레이)ⓒ 뉴스1

◇ 현 시대가 요구는 메타버스

사실 메타버스라는 추상적 개념을 놓고 업계의 해석은 분분하다. 도대체 무엇을 메타버스라 칭해야 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게임과 SNS, 심지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메타버스라 칭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메타버스와 가상세계가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사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와 현실공간이 융합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제언한 바 있다.

즉,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와 현실의 공간이 '연결' 돼야하고, 일부는 현실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 된 지금 현 시대가 메타버스 기술에 요구하는 기능이다.

개더타운은 현 시대가 요구하는 메타버스에 가장 근접한 플랫폼이었다. 개더타운에서 동기교육을 받은 한 LG 디스플레이 신입사원은 "코로나로 인해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동기들과 함께 교육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학시절 들었던 온라인 수업과 다른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더타운에서 팀미팅을 진행하는 한 스타트업 직원은 "온라인 게임과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합친 것 같다"며 "직원 모두가 비대면 회의에 익숙해져, 최근 사내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행사나 회의는 개더타운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