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의 IT프리즘]글로벌 미디어 빅테크의 진격과 규제 형평성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방송통신위원회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작년 방송사업 매출은 18조9734억원, 방송광고 매출은 2조498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7%, 19.0% 줄었다. IPTV를 제외한 지상파, 케이블(SO),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모든 매체의 매출이 감소했다. IPTV도 매출 증가세가 갈수록 꺾이고 있다.

이에 반해 거대 자본, 기술력,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글로벌 미디어 빅테크의 공세는 엄청나다. 이들은 이제 국내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로서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다. 작년 기준 광고 기반 OTT의 점유율은 유투브가 78%에 이르고 있으며, 구독 기반 OTT의 경우 넷플릭스가 50%를 점유하고 있다. 유투브 월 평균 이용시간은 40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넷플릭스 이용자는 2019년 286만명에서 2023년 1,164만명으로 307% 증가했다. 작년 감사보고서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은 8,233억원인데 이는 작년 기준 MBC (8,492 억원), SBS (9,612 억원)의 방송사업 매출과 유사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글로벌 OTT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방송사업자들이 방송법 등에 의해 진입, 편성, 광고, 심의 등의 규제를 받고 있음에 반해, OTT는 부가통신사업으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이들은 레거시 방송과 글로벌 OTT는 미디어 산업으로 업(業)의 본질이 동일하고, 따라서 규제의 근거도 동일하다고 본다. 업의 본질은 시청자의 체류시간 확보 경쟁과 광고, 구독료 등 재원확보 경쟁이라는 것이다.

통상 미디어에 대한 규제 정당성은 공연성(publicity)과 편성권(editorial discretion)에 기초한다. 공연성은 대중에게 어떠한 사실이나 내용을 알림으로써, 영향력을 형성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는 의미이고, 편성권은 콘텐츠 전달 시 배열, 나열의 순서를 정함으로써, 콘텐츠에 대한 통제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양자는 차이가 없으며, 따라서 글로벌 OTT도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익 실현이라는 책임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그동안 OTT를 단순히 부가통신사업으로 둘 것이 아니라 미디어로서 특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에 활동했던 국무조정실의 미디어콘텐츠융합산업발전위원회 워킹그룹에서도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 협상력 불균형이 발생하고, 글로벌 사업자의 수요독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법제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부처별로 보면 과기정통부는 현재 OTT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부가통신으로 규정하여 최소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OTT의 성장과 혁신성 유지를 위해 현행 최소규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방송, OTT 등 신·구 미디어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위해 매체별 분산된 규제체계를 정비해 통합미디어 법제를 마련해야 함을 주장했다. 아울러, 방송·OTT 등 미디어를 포괄하는 기술중립적 개념인 ‘(가칭)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최소규제 원칙 하에 기존 방송규제 완화 등 개선을 병행해 규제형평을 제고해야 한다고 보았다.

위원회의 의견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 일부 수정·보완, OTT 진흥 특별법 제정, 방송법과 통합법제 마련 등 3가지로 모아졌다. 1안인 현행법 보완 방식의 경우, 기존 OTT 법적 지위 및 관련 규정들을 활용한 연계법 안을 최소한으로 개정함으로써 급변하는 미디어·콘텐츠 산업 환경 속 시의성 있는 OTT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법체계 개편에 수반되는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강점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OTT 사업의 고유 특성을 반영한 법체계 구성의 부재로 정책적용의 정합성이 부족하고 맞춤형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2안인 OTT 특별법 제정 방식의 경우, 방송 및 타 부가통신사업과 차별적인 OTT의 특성을 고려해 OTT 서비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진흥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이 경우 타협안의 성격이 강해 법체계 일관성, 지속성 논란이 존재할 우려가 제기되었다.

3안인 통합법 제정 방식의 경우, 방송-OTT를 포괄해 매체별 분산된 규제 체계를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 하 서비스별 특성을 고려해 규율할 수 있도록 제정하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영화비디오법 등 개별법이 각각 적용됨에 따른 규제 비효율성, 비일관성, 비등가성을 해소하기 위해 통합 법제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이 경우 기존 방송법 개편에 대한 정치사회적 합의 형성이 어려워, 사회적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제기되었다.

1안과 2안은 최소 규제와 진흥이라는 목표 달성 및 시장 상황의 빠른 변화에 유연하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OTT 지원이라는 취지가 담겼다면, 3안은 국내-해외 OTT 사업자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해외 OTT 사업자를 국내 미디어 법체계 내에 포섭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토종 OTT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글로벌 OTT를 견제할 수 있는 규제 형평이 요구되며, 동시에 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하는 OTT에 비해 기존의 전통 미디어는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어, 전통 미디어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미디어 관련 부처 간 이견, 방통위의 비정상적 운영, 국내 OTT에 대한 규제집행의 역차별 가능성 등이 실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의 종합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