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몰라라'에 해법 안 보이는 '망 무임승차'

"해외 법제화 추진 바람…정부·국회 적극 대응 필요"

ⓒ AFP=뉴스1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

유튜브를 통해 막대한 트래픽(데이터 사용량)을 유발하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 방지에 적극적인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 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법제화 바람이 거센 데다 수차례 폐기된 망 무임승차 금지법이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되는 만큼 정당한 대가 체계가 갖춰질지 관심이다.

2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구글 등 일부 글로벌 CP는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국내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에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 제공 시 발생하는 트래픽의 대가를 인터넷망 사업자에 지급하는 개념이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구축한 인터넷망을 이용해 구글이 매년 국내에서 수천억 원을 버는 만큼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지난해 일평균 국내 트래픽 현황을 보면 구글은 30.6%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넷플릭스(6.9%), 메타(5.1%) 순으로 국내 인터넷망 트래픽의 40% 이상을 글로벌 CP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각각 2.9%, 1.1%)와의 격차도 크다.

트래픽 유발 비율이 높지 않은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내는 상황과 대비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개선 의지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달 초 열린 국정감사에서 과거 넷플릭스가 국내 ISP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제기한 소송에서 패한 사실을 가리키며 법원의 판단도 크게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망 무임승차 문제는 사경제 주체 간 문제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망 무임승차가 잘못됐다는 사법 당국 판단에도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논리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국감에서 미국에 '망 접속료'를 내고 있기에 국내 망 사용료는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터넷 최초 접속 시 접속료를 냈다면 이후에는 어디든지 상호 접속하는 게 인터넷 시장의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원자력안전위원회·우주항공청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구글은 국내에 본사 서버 복사본인 캐시서버를 두고 있다. 즉 미국 ISP에 접속 후 캐시서버로 본인들 콘텐츠를 전송하는 구조인데, 국내 ISP는 해당 캐시서버로부터 콘텐츠를 받는다. 김 사장은 이때 필요한 해저케이블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접속료를 냈는데도 트래픽을 많이 유발한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항변한다.

이를 두고 '구글 편의주의적 접근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업계에선 국내 인터넷망을 사용하며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비용 지급은 정당한 것이라고 맞선다.

구글의 '배짱 영업' 배경에는 미국의 통상압력 같은 대외적 요인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망 사용료 법안이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국내 일부 ISP가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어 글로벌 CP가 내는 망 사용료가 경쟁자를 키워준다는 논리다. 또 망 사용료는 국내 이통사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2대 국회에선 글로벌 CP와 국내 ISP 간 망 이용계약 시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다시 발의된 상황이다.

글로벌 사업자라는 이유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에 정부와 국회 개입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크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국감에 출석한 김영섭 KT 대표는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 받으면 좋지만, 구글이라는 거대한 기업과의 힘 차이가 있다"고 토로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그간 사용료 문제를 기업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정부가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에 "국회와 함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입법 기관이 공룡 빅테크의 불법 행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