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전쟁터 된 방통위…정쟁에 가로막힌 국민 권익[기자의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연일 시끄럽다. 국민들은 '인청'인지 '국정조사' 인지 혼란스러운데 방통위를 향한 탄핵열차에 다시금 시동이 걸렸다.

철저한 검증이 중요하나 더 집중해야 할 문제가 있다. 법은 방통위를 '5인 합의제 기구'로 정했다. 그런데 1년 가까이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탄핵추진→사퇴→탄핵추진→사퇴'가 반복되는 정쟁의 장이 된 탓이다. 야당은 방통위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여당은 책임 묻기에 바쁘다.

이젠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까지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골자인데 자진 사퇴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방통위는 '0인 체제'라는 유례없는 조직으로 전락한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기관 운영 자체를 가로막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탄핵 카드는 역대 정부마다 논란이 된 방통위의 '독립성' '공정성' 훼손으로 귀결된다. 방통위 설치법 제1장 제1조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방통위는 태생적으로 독립적 운영이 불가한 구조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국회(여당 1명 및 야당 2명)가 추천한 3명 등 총 5인 체제로 운영된다. 어느 정권이든 여야 3 대 2 구조가 반복된다. 정치적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려면 정치권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게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탄핵이란 용어의 무게감이 가벼워진 게 아닌가 싶다. 정쟁 수단이 된 탄핵은 건전한 민주주의 대신 정치 혐오만 키울 뿐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인 정도전은 말했다. '나라는 백성이 근본이고, 백성은 먹을 것이 하늘'이며, '정치란 무릇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어떤가. 그는 유고집 '정치의 약속'을 통해 민주주의 개념을 강조했다. '민주주의란 다양성에서 출발해 그 다양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합의를 끌어내는 제도'라고 말이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