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가입자 줄고 이통 3사에 뺏기고…알뜰폰 수난시대

번호이동 순증 건수 1만명대 추락…이통 3사는 증가세
금융권도 알뜰폰 사업 진출…기존 사업자 불황 가속화 우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 2022.6.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알뜰폰 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올해 들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번호이동 순증 건수가 1만 명대로 추락했다. 위기가 고조된 상황 속 금융권마저 알뜰폰 사업 진출을 선언해 전망도 밝지 않다.

5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5월 번호이동 건수는 55만 5373건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10.9% 증가했다.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늘었지만, 알뜰폰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빠져나간 수치가 늘어나서다.

5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 수는 7만 3727명이고,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넘어간 가입자는 5만 9276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알뜰폰 순증 가입자 수는 1만 4451명이다.

문제는 알뜰폰 순증 가입자 수가 지속해서 줄고 있다는 점이다. 1월 7만 8060명에서 2월 6만 5245명, 3월 4만 5371명, 4월 2만 158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5월 1만 명대까지 떨어졌다.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가입자 수가 1만 명대로 떨어진 건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반면 2020년을 기점으로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던 이통 3사는 최근 가입자 수를 늘리며 순감 규모를 줄이고 있다.

4월 SK텔레콤(017670)이 8518건, KT(030200)가 1만 539건의 번호이동 순감을 기록했는데, 5월에는 SK텔레콤이 6665건, KT가 1만 476건으로 순감 건수를 줄였다. 특히 LG유플러스(032640)는 4월 순감 건수 1101건에서 5월 2690건의 순증을 기록하며 3사 중 유일하게 순증으로 전환했다.

번호이동 시장에서 알뜰폰과 이통 3사의 희비가 갈린 건 정부 정책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통 3사가 저가 요금제 출시와 번호이동 지원금(전환지원금) 신설 등 가계통신비 인하 및 단통법 폐지 정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상품이 알뜰폰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통신 사업 관련 허리띠를 졸라맨 이통 3사가 알뜰폰에 지원하던 마케팅비를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권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알뜰폰 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금융권이 금리우대 등 혜택을 제공해 가입자를 끌어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을 하는 은행에서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추가로 제공할 경우 답변자의 60%가 금융권 알뜰폰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의 불황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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