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기업구매 막힌다…조폐공사, 오픈 시한도 못 맞춰"

신규 사업자 된 조폐공사…"시스템 미비로 결제 대란 우려"
기존 사업자 웹케시그룹 "3월도 오픈 불가…사업 멈춰야"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김형준 기자

"소상공인에게만 피해가 안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온누리상품권 선물하기와 기업구매가 중단되면 400~500억 원의 소상공인 매출이 줄게 됩니다."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기업 구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규 디지털온누리상품권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한국조폐공사가 사업을 위한 시스템을 완전하게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일 기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운영사업자 비즈플레이가 속한 웹케시(053580)그룹은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그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은 "온누리상품권 사업은 '시스템 구축 사업'이 아니라 '운영사업'"이라며 "한국조폐공사는 현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충분한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통합 온누리상품권 운영업자 된 조폐공사…3월로 오픈 미뤄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8월 통합 온누리상품권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통합 온누리상품권은 모바일형과 카드형을 결합한 형태의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모바일형은 비즈플레이가, 카드형은 KT가 운영을 맡고 있었다.

운영사업 입찰 과업은 2025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경쟁에서 비즈플레이는 기술 점수에서 우위를 확보했으나 최저 투찰 비율에 대한 예규 변경사항을 반영하지 못해 사업을 따지 못했다.

이에 신규 사업자로 한국조폐공사가 선정됐고, 그간 운영해왔던 비즈플레이는 물러나게 된 상황이다.

문제는 조폐공사의 플랫폼 운영준비가 미흡해 1월 1일 정상운영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이에 온누리상품권 사업을 총괄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조폐공사가 현재 구축 중인 플랫폼 준비가 미흡하다며 비즈플레이가 오는 2월 말까지 연장 운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비즈플레이 입장에선 연장 운영을 할 경우 사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1월 1일부터 신규 플랫폼이 운영되지 않을 경우 당장 설 연휴 등을 전후해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결제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석창규 회장은 "결제 대란 등으로 인해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으면 안되기 때문에 사업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연장 운영을 맡았다"고 말했다.

조폐공사의 시스템 오픈 일정이 2개월 후인 3월로 미뤄지면서 오는 15일부터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의 기업구매와 선물하기도 중단될 전망이다. 기업구매와 선물하기를 통한 상품권 수취 기한은 30일인데, 15일부터 30일 후인 2월 15일부터는 사업자 변경에 의한 전체 시스템 중단 기간인 '프리징' 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석 회장은 "설 명절에 빈번하게 이용하는 선물하기와 기업구매가 중단되면 (웹케시 추산) 400~500억 원의 소상공인 매출이 줄게 된다"며 "조폐공사가 1월 1일부터 정상 오픈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김형준 기자

웹케시 "조폐공사 하도급 멈춰야…3월도 오픈 절대 불가능"

조폐공사가 과업 요건 상 하도급이 불가능한 분야에서도 하도급 업체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진공의 관련 발주 입찰 조건에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 업무에 대한 하도급이 불가하며 과업의 일부를 하도급하는 경우 제안서에 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차세대 지급결제 플랫폼'이라는 과업을 나라장터를 통해 공고하고 하도급 업체를 선발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웹케시의 주장이다. 석 회장은 "본인의 기술 없이 하도급에서 구축하는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결제 시스템에 어떤 발전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석 회장은 또 "이관 과정에서 조폐공사는 이관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 'ERD'(플랫폼설계도)를 요구했다"며 "이는 사업자 변경 시 전무한 사례로 (해당 분야에) 경험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웹케시 측은 정식 오픈이 예정된 3월 1일에도 조폐공사가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관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충분한 테스트를 진행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라는 주장이다.

석 회장은 "3월 1일 정상 오픈이 불가하다는 사실은 조폐공사에서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만약 (테스트 등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정상 오픈한다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보다 몇 배 큰 사례가 나올 것이다. 조폐공사는 한시 빨리 사업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