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60% 수입 "재고로 버티는 중"…페인트업계, 高환율 근심

[고환율 中企 강타]⑤안료·용제 등 원재료 수입 비중 압도적
내수 비중 커 환차익에 어려움…고환율 '장기화'에 촉각

편집자주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 비중의 99%, 고용의 80%, 기업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국내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위기는 전방위로 확산된다. 불행하게도 최근 국내 경제를 뒤흔드는 정치리스크와 환율 한파, 대외 불확실성은 중소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나 대응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은 정치리스크로 인해 환율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생사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의 현황을 긴급진단했다.

서울의 한 페인트 판매 업체에서 관계자가 물품을 정돈하고 있는 모습.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안료 등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하는데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걱정이 많습니다. 아직까진 비축분을 활용하고 있지만 내년까지도 고환율이 이어진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년 9개월여 만에 148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페인트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환율 급등 이전부터 비축해 온 재고 물량을 소진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환율 흐름이 재고 소진 시점까지 이어진다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1464.8원 대비 2.7원 오른 1467.5원에 마감했다.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한때 1486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삼화페인트(000390)와 노루페인트(090350) 등을 비롯한 중견 페인트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페인트업계는 환율과 유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 중 하나다.

페인트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만든 용제, 수지 등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만큼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다. 통상 원재료의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며 환율이 오르기 시작한 지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은 만큼 업계는 이전까지 수입해 온 재고 원료를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페인트 업체들은 통상 2~3개월분의 원재료를 보유하고 있다.

한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재고분이 있으니 현재까지는 괜찮은데 (고환율이) 지속된다고 하면 다른 얘기가 된다"며 "내년에는 1500원이 된다는 예측도 나오는데 장기화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업계도 리스크를 알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놓아서 환율이 100원 오른다고 휘청이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용재나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료는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원·달러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 차례 불안정한 환율 상황을 겪었던 페인트업계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원재료 수입처를 다각화 해뒀지만 환율 상승이 계속된다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같은 문제가 발생했었기 때문에 이후 (원료) 구입처를 다각화 해놓은 상황"이라며 "아직 비축분이 있기 때문에 당장의 환율에 영향을 받는 부분은 없지만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트 제품의 경우 대부분 내수 판매가 중심이 되고 있어 수출을 통한 환차익으로 환율로 인한 원자재 상승분을 상쇄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수출이 어려운 이유는 페인트의 특성상 제품 자체가 무게감이 있어 수출 시 선박 비용이 과도하게 투입돼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페인트 제품 판매 후 사후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지난 3분기까지 노루페인트의 누적 수출액은 909억 원으로 총 누적 매출액 5957억 원의 15.3%에 그친다. 삼화페인트의 경우에도 3분기 누적 매출액 4736억 원 중 수출액은 728억 원으로 비중은 15.4% 수준이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