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내년 '생존 시험대' 오른다"…정경 리스크에 '탈진' 위기
[전문가 전망②]내수 침체에 '탄핵 정국'까지 '사면초가'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1순위…여야 합심해 내수·수출 살려야"
- 이민주 기자,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김형준 기자 = 갑진년(甲辰年) 한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눔으로 이겨내자'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의 마음으로 버텨온 중소기업계가 을사년(乙巳年) 더 큰 위기를 맞닥뜨릴 전망이다.
저성장 고착화와 내수 침체에 더해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적 리스크' 날벼락을 맞은 중소기업들이 내년 줄도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26일 뉴스1은 중기·중견기업계 전문가 7인에 내년 경영 환경에 대한 전망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내년을 두고 그냥 거쳐 가는 위기가 아닌 '생존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소기업계를 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성장의 큰 축인 '수출'이 흔들리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라 수출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 역시 국내 기업 수출을 둔화시킬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내년 전체 수출이 올해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이 예상한 내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2.2%, 한국은행 1.4%, 금융연구원 1.1%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 중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곳은 관세, 무역 갈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 등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품목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우리 경제에 버팀목이 수출인데 트럼프가 불을 지핀 신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석유화학, 반도체 등 주력산업 전반에는 벌써부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수가 줄고 인력도 줄고 정치는 혼란하니 수출까지 줄어들면서 '사면초가'에 처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2.0에 따라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세 정책이 국내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도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진짜 어려움은 시작도 안 했다. 내년 0%대 성장(률)이 나올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새해에도 내수 침체는 이어질 것이라 보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원인으로는 국정 불안정과 고금리, 물가 상승, 고용 환경 악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비관적'을 나타냈다. 11월보다는 무려 12.3p 낮아졌다. 기준 값(100)보다 크면 소비자심리는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는 지금 상당히 안 좋고 내년도 경기가 여전히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비 심리가 매우 많이 떨어져 있어서 내수 경기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정이 불안정하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투자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다. 국정 불안정이 가중되면서 내수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라고 말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는 현재 경기 침체가 아닌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국내 내수 부진은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라며 "코로나 때보다도 더한 최악의 상황이고 더 안타까운 점은 지금은 경기가 살아날 기미조차 없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위기 극복을 위한 1순위 과제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꼽았다. 이와 더불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 △수출 리스크 대비 지원 △규제 완화 △고용 안정 모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희 교수는 "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정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소비 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즉각적인 지원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내수 기반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추문갑 본부장도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국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하루빨리 정치적 불확실성을 끝내고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라며 "정치 리스크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는 바꿔줘야 기업이 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위기의 때일수록 기업을 옥죄는 법이나 규제는 없애주고 풀어줘야 한다"라며 "국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탈)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경제는 곧 심리다. 심리를 다독여주기 위해 우리 경제에 닥친 여러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고 특히나 고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며 "내년 고용 시장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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