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내수 경기, 긍정 시그널조차 없다"…소상공인 '심리적 붕괴'
[전문가 전망③] 소비심리 꽁꽁 얼어…정국 안정 시급
"폐업자 연착륙 신경 써야…'글로벌·로컬' 어느 때보다 중요"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던 소상공인 업계. 엔데믹 후 그늘이 걷히나 했지만 더 긴 한파로 접어들었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한 데 이어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가하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올해도 '버티듯' 영업을 이어온 소상공인 업계가 내년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뉴스1>은 소상공인 업계 및 정책 전문가 5인에게 오는 2025년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 경기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내수 경기 전망은 밝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모두가 힘들다'는 낙담보다는 어려움 속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소상공인들의 사례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비 심리 진작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물론 소상공인 업계 스스로도 수출로 눈을 돌려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부를 남겼다.
한국은행은 오는 2025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2%보다 0.3%P(포인트) 낮은 수치로 1%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시각이다.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장 먼저 미치는 소상공인 업계의 체감도 다르지 않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4년 소상공인 경기동향조사를 보면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전망지수(BSI)는 60포인트 대에 머물렀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나빠진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내년에도 내수 경기 활성화의 신호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내수 침체가 계속해서 예상됨에 따라 소상공인들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여기에 같은 업종 내 양극화 문제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기연구원장)는 "예전 같으면 '선거특수'라는 것도 있었지만 이젠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경기 침체 상황이 아닌 저성장이라는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황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국정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은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이는 투자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경기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소식이 없고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소상공인들은 심리적으로 붕괴한 상태"라며 "내수 활성화, 소비 촉진을 위한 움직임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주현 원장은 "자영업 시장에서 폐업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해당 업종에서 빠져나오는 분들이 원활하게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거나 재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분들은 중단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너무 큰 충격을 감수하지 않도록 연착륙하게 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동윤 교수는 성장하는 소상공인과 생계를 유지하는 소상공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성장' 정책에 보다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 상황을 일시적인 경기 침체로 인식하고 돈을 쏟아붓는 잘못된 처방을 해선 안 된다"며 "(자금 지원으로) 소상공인을 연명하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성장형'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힘든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2025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 30원으로 정해지며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차남수 본부장은 "인건비, 임대료 등 고비용 구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기게 됐는데 최저임금도 고용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취약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들도 경쟁력을 갖춰 수출시장으로 적극 나설 때라는 제언도 나왔다.
오동윤 교수는 "소상공인의 성장을 위해선 이젠 떡집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소상공인들이 혼자 (해외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나라의 힘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떡이 팔리고 한국 중고차도 세계시장에서 잘 팔린다"며 "소상공인들이 해외로 나갈 때 필요한 인력을 매칭하고 소상공인에 속하는 자동차 정비사를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수가 침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이는 상권이나 가게들은 호황을 누린다. 자신의 지역이나 가게만의 창의적인 콘텐츠를 통해 소상공인들도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거시 환경의 악화로 전반적으로 불황이지만 전부 어렵다는 인식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며 "현재 잘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상권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상권 육성이 중요하다"며 "온라인과 대기업이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로 경쟁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은) 금융 지원에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소상공인 지원은 상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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