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달라진 동행축제…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기자의눈]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예? 무슨 축제요?…저는 잘 모르고 왔어요. 와보니 행사를 하네요."
중소벤처기업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매년 개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 소비 촉진 행사인 '동행축제'.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동행축제가 처음 열렸을 때는 정말이지 '축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동행축제가 무엇인지 아는 방문객보다 비둘기가 더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기자들도 동행축제 현장 취재를 썩 반기지 않았다. 행사 분위기를 알아보려면 방문객을 찾아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방문객이 없을뿐더러 '동행축제가 무엇인지' 아는 고객조차 거의 없었다.
행사장이 워낙 한산해 취재진을 고객으로 오해하고는 이내 실망하는 상인들을 보는 것도 몹시 미안했다.
이랬던 동행축제의 위용이 최근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중기부는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12월 동행축제'를 열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우수 소상공인 제품을 집중 할인 판매하고 있다. 축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홍대 레드로드에서 개막 특별행사를 열었다.
특히 개막 날은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격랑이 인 직후인 6일이었다. 살얼음판 정국이었기에 '축제'의 분위기가 사뭇 걱정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막 행사 현장은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색색의 조명 장식으로 꾸며진 개막 행사장은 내외국인 방문객으로 복작복작했다.
현장에선 '동행축제 개막 행사에 벌써 몇번이나 왔다'는 n회차 방문객도 만날 수 있었다. '동행축제를 아냐'는 질문은 어느덧 불필요한 질문이 됐다.
물론 외국인 방문객 중에는 동행축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제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하자 고국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이름의 같은 행사가 있다며 아는 체를 해왔다.
높아진 인지도만큼이나 매출도 커졌다. 중기부에 따르면 12월 동행축제는 1일부터 15일까지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3076억 원의 직접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 직접매출 외 온누리상품권은 1144억 원, 지역사랑상품권은 46억 원이 팔렸다.
12월 초쯤 불거진 '사고'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9월 동행축제 수준의 매출을 냈다.
중기부는 지난해 처음 동행축제를 연내 세 차례 개최했으며 4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목표였던 3조 원과 대비하면 133% 초과 달성한 수준이다.
올해 목표인 4조 원도 순조롭게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5월 동행축제 매출에서만 1조 3000억 원을 냈고 최초로 글로벌 행사로 꾸려진 9월 행사에서는 2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인지도, 매출과 달리 3년째 요지부동인 것도 있다. 바로 동행축제 예산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 내년 총지출(예산) 중 동행축제 예산은 45억 원으로 올해,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편성됐다.
행사 기간이 16일에 불과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되레 3억 원 줄었다. 2021년에는 동행축제가 18일가량 개최됐으나 관련 예산으로는 50억 원이 투입됐다. 2021년 예산은 50억 원이다.
중기부는 지난해에도 동행축제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관련 예산을 19억 원가량 증액하고자 했으나 정부의 강력한 건전재정 기조로 인해 '예산 동결' 통보를 받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부 기조와는 반대로 업계에서는 새해 내수 경기 전망이 우울한 점 등을 토대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내수 활성화에 큰 몫을 하는 동행축제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관계자들은 "동행축제가 어느덧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의 장이자 매출 증대의 중요한 기회가 됐다"고 강조한다.
내년 6살이 되는 동행축제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한 시점이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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