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투자 가로막던 업력 조건…기준 완화에도 AC는 '갈증'
내년부터 개투조합 운용 AC는 5년 미만 기업에 투자 가능
다만 '투자 유치 실적 없어야 한다'는 조건…제한적 허용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내년부터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가 결성하고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의 의무 투자 대상이 '업력 3년 미만 기업'에서 '업력 5년 미만 기업'으로 확대된다.
이는 의무 투자 대상인 초기창업기업(업력 3년 미만 기업)의 업력 기준이 너무 짧아 기업 발굴 및 투자가 어렵다는 액셀러레이터 업계의 의견을 중소벤처기업부가 수용한 것으로 지난 10월 관련 내용이 발표됐다.
단, 업력 5년 미만 기업에 투자할 수 있더라도 '해당 기업은 투자 유치 실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 이를 두고 액셀러레이터 업계에서는 "초기 투자는 늘어날 수 있지만 투자 유치 실적 조건 탓에 후속 투자는 여전히 막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기부는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하는 게 목적인 액셀러레이터 제도상 해당 조건 없이 업력 기준만 완화하는 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 업계와 중기부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10월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을 발표하고 초기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 방안 중 대표적인 내용은 액셀러레이터가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의 투자 의무 대상을 '투자 유치 실적이 없는 업력 5년 미만 기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에 따르면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이 결성하고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 결성 금액의 50%를 업력 3년 미만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나머지 50%는 업력 구분 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그동안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업력'을 기준으로 의무 투자 대상을 구분짓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해 왔다. 창업 후 3년 미만이라는 기준 탓에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액셀러레이터 업계를 심층 인터뷰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도 지난 11일 '의무 투자 비율을 유연화하고 초기 창업자의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책 자료집을 발간한 바 있다.
중기부는 이와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10월 제도 개선을 발표했는데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여전히 초기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액셀러레이터가 창업 2년 차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집행한 뒤 4년 차에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번 개선안을 적용하면 2년 차에 투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5년 미만 기업이더라도 후속 투자가 불가능하다.
의무 투자 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50%에서 후속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후속 투자의 경우 초기 투자보다 큰 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의무 투자 비율에 후속 투자도 포함해달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일례로, 현재 개인투자조합으로 10억 원을 결성할 경우 5억 원은 초기창업기업에 의무 투자하고 5억 원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데 투자 유치 실적 유무 기준까지 완화하면 후속 투자에 5억 원을 활용하고 동시에 의무 투자 비율까지 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중기부는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여러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서까지 액셀러레이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라는 제도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 유치 실적 여부마저 제한하지 않는다면 생존율이 낮은 3년 미만 기업이 아닌 업력 3~5년의 성장이 담보된 스타트업에 투자가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결국 투자가 절실한 초기창업기업의 자금 부족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은 "업력 3년 회사와 5년 회사는 기업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액셀러레이터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며 "투자 혹한기 시기에 행위 제한을 하나라도 없애면 투자가 조금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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