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영세 소공인…"자체 역량 키우고 신규 유입 촉진해야"(종합)

소공인 평균 업력 14.5년…5년 이하 신생기업은 9.4%
중기부, 소공인 3개년 종합계획 통해 역량 강화 집중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경기 고양 인쇄문화허브센터(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1차 소상공인 우문현답 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대부분의 소공인은 인력 수급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의류·기계 금속·인쇄 등 5대 업종의 평균 연령은 60대 이상입니다. 젊은 사람이 유입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입니다."(안춘수 서울경제진흥원 뷰티패션제조팀장)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우리나라 제조업의 88.9%를 차지하는 56만 소공인(10인 미만 제조업자)이 늙어가고 있다. 기술을 전수하려는 소공인은 많지만 이를 이어받으려는 청년 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기술전수 의향이 있는 소공인은 69.3%지만 전수 대상이 있는 소공인은 35.6%에 불과하다. 지역과 제조 산업의 뿌리를 이루는 소공인이 소멸 위기에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와 같은 소공인의 인력 부족 문제부터 경쟁력 강화 전략까지 포괄적인 대책을 담은 '소공인 3개년 종합계획'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경기 고양 인쇄문화허브센터(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기부는 18일 경기 고양 인쇄문화허브센터(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서 제11차 '소상공인 우문현답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소공인 3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2017년 1차, 2022년 2차에 이은 3차 종합계획으로 △지역주도 소공인 육성체계 구축 △소공인 집적지 집중 육성 △소공인 3대 경영부담 완화 △소공인 성장동력 확충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중기부는 지역이 주도하는 소공인 육성을 위해 2027년까지 광역 지자체에 소공인 전담관리기관 10곳을 신규 선정한다. 전담관리기관은 지역 내 산재한 소공인 지원기관의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 소공인이 모여 있는 집적지 20곳을 2027년까지 추가로 발굴해 생산기반형·관광자원형·상권생활형 등 집적지 특성에 따라 맞춤 지원한다.

아울러 영세 소공인이 겪는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 부족한 현장 인력은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유도하고 외국인력 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동시에 민간과 협력해 해외 판로 개척을 도와 매출 증대를 꾀하고 기술 소공인에게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연계해 스케일업을 유도한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창신의류제조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3.28/뉴스1

이번 소공인 3개년 종합계획은 원래 계획보다 2년 앞당겨 발표한 대책이다. 중기부가 발 빠르게 새로운 종합계획을 마련한 이유는 현재 소공인이 맞닥뜨린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공인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숙련된 소공인들의 고령화가 빨라지고 신규 유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소공인의 평균 업력은 14.5년으로 11년 이상이 전체 소공인의 62.3%, 5년 이하 신생기업은 9.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기부는 소공인이 자체 역량을 우선 키울 수 있도록 종합 계획을 마련한 것인데, 소공인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중기부의 종합계획 발표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오승섭 인천소공인협회 이사장은 "작년까지는 버틸만하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올해는 소공인들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며 "이들이 사라지기 전에 청년들이 승계를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오 이사장은 "기업이 하나 없어지면 다시 생기기 어렵다"며 "청년 창업을 육성하는 것만큼, 소공인 사업을 이어받으려는 청년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공인의 다양한 업종을 세분화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동희 한국소공인협회 회장은 "소공인의 업종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분야마다 지원을 나눠서 해줬으면 한다"며 "지원 이후에 사업 방향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중기부 역량을 살려 이번에 대책을 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산업의 기반이 돼왔던 금속이나 기계 업종 소공인의 기술과 역량을 어떻게 보존하고 집적지를 운영할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