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탓에 송년회도 줄취소"…소상공인 한숨에 정책동력은 '난망'

예약 취소 잇따르는 외식업계…"가뜩이나 힘든데 어려움 가중"
정부, 지원 의지 표했지만…"불확실성 빠르게 해소돼야"

서울 시내 한 식당 예약 노트북에 예약취소 내역이 표시되어 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에 예약이 한 번에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도 네 팀이나 예약이 취소됐어요. 송년회 시즌인데 특수는커녕 예약한 것도 취소되는 형편입니다."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서울 중곡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은 상황을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11월부터 1월까지는 회식 등이 몰리는 만큼 단체 예약이 쏟아져야 하지만 시국이 어수선해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침체한 내수경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국정 혼란으로 이들을 지원할 정책 동력이 함께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소상공인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예약 취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연말 대목'을 기다리던 소상공인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 모 씨는 "30~40명씩 예약이 있다가 한 번에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며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어려워서 전년 대비 장사(매출)가 3분의 1 수준인데 또 이런 사태가 일어나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 먹자골목의 한 식당 예약 현황판이 텅 비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물가·고금리, 내수 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들이 혼란스러운 시국 상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김 씨는 "취소 연락이 와서 취소 사유를 물으면 대부분 시국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예약금도 따로 받지 않고 있어 어려움은 더 크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6시간 만에 해제되고 정국이 빠르게 수습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것과 달리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매일 오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여의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여의도의 한 주점 직원은 "원래 저녁때면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요즘(비상계엄 이후)은 한가하다"며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체감상 예약도 현저히 줄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정부도 상황이 심각해지자 계엄이 해제된 이튿날 예정보다 하루 늦게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취약 소상공인들을 위한 저리대출 자금을 연내에 2000억 원가량 추가 공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수습 의지를 표했다.

소상공인의 주무부처를 이끄는 오영주 중기부 장관도 직에 관계 없이 사태 이전과 동일하게 소상공인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표한 바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18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300인, 재석 278인, 찬성 183인, 반대 94인, 기권 1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우여곡절 끝에 2025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상공인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중기부는 15조 2488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 극복을 가장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경제부처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한 가운데 예산을 집행할 부처의 정책 동력이 약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이번 사태로 인한 국가 경제의 위기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며 "연합회로도 기존 예약됐던 송년회 등 모임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 동행축제, 지원정책 발표, 내수 촉진 행사 등으로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었지만 현재 상황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돼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