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직격탄 맞은 증시…약한 고리 '스몰캡' 중소기업 비명
상장사 3곳 중 1곳은 신저가 기록…중소형株 피해 커
불확실성 장기화에 환율도 급등…한숨 커진 중견·中企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에 따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한국 증시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상장사 3곳 중 1곳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쓴 상황이다. 이러한 리스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타격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라는 정치 불확실성으로 지난주(2~6일) 코스피는 1.13%, 코스닥은 2.49% 하락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도 요동치면서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6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중 한때 1429.2원으로 치솟았다가 1419.2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하락세는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로 보면 전체 종목 2631개 중 33.9%(893개 사)가 비상계엄 선언 이후 4~6일까지 3일 동안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돼 시장의 낙폭이 회복될 것으로 봤지만 표결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증시의 위기감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다수 포함된 코스닥 상장사들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의 특성상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추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 1500원 선을 뚫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 아다르쉬 신하는 "한국 원화가 탄핵 실패로 급락할 수 있다"며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당시 사례를 돌아보면, 최초 언론 보도부터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되었는데, 현재 날짜에 단순 대입하면 2025년 1월 18일을 전후해야 상황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1월 20일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앞으로의 강달러 시기에 원화 절하폭이 여타국보다 커질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업계 전반의 침체가 불가피하다.
서울의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재 수입에는 큰 악재가 된다"며 "빨리 안정성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장 반응에 대해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 '패닉셀'(투매)이 이어지며 낙폭이 확대됐다"며 "과거 2차례(노무현·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에도 코스닥의 낙폭은 코스피 대비 컸다. 중·소형주가 투심에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코스피는 1.8% 하락한 반면 코스닥은 3.1% 밀렸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코스피가 0.8%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4.9%나 주저앉았다.
이번 탄핵 정국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비상계엄 선언이 이뤄진 직후인 지난 4~6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8%, 0.92%, 1.43% 각각 떨어졌다. 해당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총 1945억 원을 팔아치웠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 위주의 수급 이탈에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낙폭이 더 컸다"며 "연기금 위주의 기관 자금이 유입됐지만 개인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하며 낙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식품 등 중소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내수 중심 산업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탄핵 당시 업종별 반응은 화장품의류·호텔레저·유틸리티 등 내수 업종 중심으로 약했다. 당시 국회 의결 이후 헌재 판결까지 3개월가량 소요되는 등 시위 격화 및 사회 혼란이 확대되면서 소비심리가 급랭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정치 리스크는 단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매 후 짙은 관망세를 보일 전망"이라면서 "사회 혼란 장기화에 대비해 소비자심리 둔화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내수 업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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