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뺄까?" 간밤 해외VC 문의 빗발쳤다…계엄 혼란에 벤처 '당혹'
국내 진출 고려하던 해외 투자 보수적 기조 변경 전망
"해외 투자 파트너들도 촉각 세워…불확실성 높아져"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기습적인 비상 계엄령 선언과 해제의 과정을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황은 일단락됐으나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힘든 벤처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기업부터 벤처캐피탈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이 화두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들어와서 창업하는 '인바운드',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아웃바운드'를 필두로 해외 벤처캐피탈 자금을 국내로 끌어오는 것도 주요 미션 중 하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글로벌'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해외 벤처·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에 사무소를 둔 글로벌 투자회사의 한국대표 A 씨는 "지난밤에 계엄령 소식을 접한 해외 지사 및 외국 파트너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상황은 종료됐으나) 최근 국내 투자를 검토하는 건들에 대해 보수적인 기조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에 본사를 둔 또 다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오늘 본사를 방문할 예정인데 국내 상황에 관해 이야기할 것 같다"면서도 "상황이 빠르게 정상화된 만큼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외국인의 인바운드 창업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제일 영향을 받는 것은 글로벌에서 국내로 (창업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 혹은 들어오려는 자금들 사이에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늘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상황이 빠르게 일단락된 것에 대해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이 많은 빅뱅엔젤스의 황병선 대표는 "다른 나라였다면 매끄럽게 해결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빠르게 해결했다는 점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부분을 해외 투자자에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사 한국대표 A 씨 역시 "중장기로 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어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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