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벤처투자 1위 '바이오'…영광 되찾을 방안 마련한다
바이오벤처 2021년부터 투자 감소…"초기기업 힘들어"
바이오벤처업계, SI·FI 투자 결합·OI 활성화 등 건의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바이오 분야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바이오벤처 혁신생태계 조성방안'(가칭)을 관계 부처와 협력해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중기부는 25일 서울 가톨릭병원 옴니버스파크에 입주한 입셀을 방문해 바이오 업계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취임 이후 바이오 벤처 생태계 고도화를 위해 관련 업계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장관은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민간기업, 학계, 협회를 만나 업계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한 뒤 관련 내용을 정책 마련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벤처투자 시장에서 가장 투자가 활발한 산업 중 하나다. 2020년까지 업종별 신규 투자 1위에 여러 번 이름을 올렸으나 2021년부터는 'ICT서비스'에 그 자리를 내준 상태다.
여전히 신규 벤처투자 순위 2위를 차지할 정도이긴 하지만, 전체 투자 대비 비중과 투자액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등 산업의 역동성이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특히 시리즈A 단계의 초기 투자가 2020년 61건(전체 중 68.5%)에서 2023년 13건(39.4%)으로 감소했다. 데스밸리를 버텨 사업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고민이 특히 깊다.
최창훈 드노보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바이오벤처 대부분이 현재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돈줄이 마르는 상황이 지속되면 1~2년 이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초기 바이오벤처가 힘든 이유는 경제적 성과가 발생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12개 상위 제약사 기준으로 해도 신약 개발에는 평균 약 10~12년이 소요된다. 그동안 투입되는 개발 자금도 만만치 않다.
이와 같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때문에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과 대형 제약사들의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를 하더라도 좀 더 검증된 단계에서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전까지 버텨야 하는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더욱 어렵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전략적 투자(SI)와 재무적 투자(FI)의 결합, 협업 플랫폼 마련,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등을 건의했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는 "재무적 투자는 벤처캐피탈이 맡고 전략적 투자는 바이오 기업이 담당하는 구조로 함께 투자하도록 만들어야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이는 R&D 단계부터 신약 출시 과정까지 성공적으로 연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 개발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한곳에 모을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하고 정부의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벤처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LSK인베스트먼트의 김명기 대표는 "펀드 투자 기간을 늘려주면 초기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바이오와 같은 전문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정책자금 출자 비율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최창훈 드노보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의 협업 기회를 늘리기 위해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 장관은 "중기부가 벤처투자와 벤처기업 지원을 담당하고 있으니 관계 부처와 협력해 실질적인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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