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꿈인 청년 있어요?" 농업 위기 해결사 나선 '애그유니'

[인터뷰]국내 애그테크 유일 여성 CEO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
"시골 노인이 하는 일?…과학과 첨단기술 집약 산업"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 이민주 박지혜 기자 =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땅에서 유용한 식물을 가꾸는 산업인 '농업'. 농업은 인류가 가장 먼저 시작해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산업이다.

오랜 날 이어져 온 산업이라고는 하나 인류에게 농업은 여전히 어렵기만하다. 공업과는 다르게 유기생명체의 자연생명력에 의존해야 하고 생육에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 역시 인위적으로 조절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불어닥친 최근 인류의 핵심 자원을 생산하는 농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래된 산업이 그렇듯 여러 문제가 실타래처럼 엮여있어 해법을 찾기도 쉽지가 않다. 그 안에서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이런 농업의 위기를 '애그테크'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여성 청년 스타트업이 있다. 애그테크는 농작물 생산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산업이다. 국내 유일의 여성 애그테크 스타트업을 이끄는 권미진 대표를 <뉴스1>이 만나 그가 그리는 농업의 새 패러다임에 대해 들어봤다.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가가 에어돔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News1 박지혜 기자

권 대표는 농산물 유통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에서 글로벌 무역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농업과 기술의 결합을 생각해 냈다.

그는 전통산업이지만 시대가 변하며 사양산업이 돼버린 농업을 기술이 살릴 수 있다고 봤다.

권 대표는 "농업이 유망한 산업군이기 때문에 창업을 계획하거나 의도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 농업 유통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농업 환경에 맞닿은 삶을 살아왔다"라며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것을 좋아했고, 쉬운 것보다는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성향이 강했다. 잘만 한다면 농업 분야에서 독점적인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이 AI나 데이터 등 각종 기술과 과학 등을 총망라하는 분야라고 강조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행, 기후 변화, 정책 및 정치 등 오만가지가 실타래처럼 얽혀있고 그 속에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이를 어느 누구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렇기에 농업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분야가 됐고 이 부분에서 내가 뛰어들어 볼 만한 가치 있는 산업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애그유니가 화성에 준공한 에어돔 전경. (애그유니 제공)

권 대표가 애그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준비한 무기는 '에어돔'과 '그로와이드'다.

에어돔은 온습도, 압력 조절이 가능한 완전 밀폐형 식물공장이다. 공기압 기술을 바탕으로 무지주 반원 형태를 구현하며 철골 없이도 1000평 규모의 시설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또 여타 스마트팜이 딸기, 파프리카 등 시설원예 작물 재배에 위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에어돔에서는 노추 등 노지에서 자라는 밭작물도 기를 수 있다.

핵심 기술은 '양압'이다. 에어돔 내 압력이 일반 대기압보다 1.5배 높다 보니 외부 공기가 에어돔 내부로 유입될 수 없고 이에 따라 병충해나 벌레도 들어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농약이나 비료 없이 유기재배가 가능하다.

권 대표는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물'이다. 자사도 생산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관련 핵심 기술로 에어돔을 개발했다"라며 "기존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시설 원예 작물은 전체 농업 작물의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밭작물인데 에어돔에서는 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작물을 기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화성 에어돔 안에 구축한 그로와이드 모습 (애그유니 제공)

이런 에어돔 내 재배면적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로와이드'다. 그로와이드는 고부가가치 약용작물에 특화된 모듈형 수직 재배시스템이다. 뿌리 관리 시스템이 적용된 모듈을 수직으로 쌓아 재배 시스템화한 형태로 작물의 질 관리부터 생산량, 생산속도까지 조절 가능하다.

권 대표는 "작물의 뿌리는 사람의 면역 기관과 같아서 수경재배는 불가하고 반드시 흙을 활용해서 발근해야 하지만 그간 작물의 뿌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라며 "그로와이드 모듈 측면에서 나오는 물이나 양액을 천천히 투과시켜 토양이 물이나 양액을 오래도록 머금을 수 있게 하고 작물은 영양분을 천천히 소화하게 해 고품질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애그유니는 현재 경기도 화성시 독정면에 에어돔을 준공 중이며 이곳에서 약용작물 등 '전략 작물'을 길러 유통할 예정이다.

완공 전이지만 계약 재배 수주에 성공해 이미 일부 작물을 키우고 있다. 주요 전략 식물로는 '고추'를 낙점했다. 다이어트와 혈당 조절 기능성 원료인 '일릭시'의 원료가 되는 고추 품종 '미인풋고추'와 또다른 고추 종자 '향비초'가 대표적이다.

권 대표는 "고추는 이상 기후 및 노동집약적인 재배 특성으로 인해 재배면적이 반 이상 줄어들었고, 농가의 고령화도 심해 생산 감소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또 다양한 기능성 종자로도 개발돼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원료에 대한 제약사, 식품 기업 등의 수요도 확실하다. 고추를 시작으로 생산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향후 에어돔에서의 작물 재배에 그치지 않고 농가에 제품으로 에어돔을 공급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에어돔 규격이 1000평으로 단일화 돼 있으나 향후 보다 작은 규모의 다양한 규격을 개발·생산해 농민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목표는 2027년 초까지 농업 시설 분야에서 에어돔의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이다.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 News1 박지혜 기자

국내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여타 스마트팜 기업이 동남아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애그유니는 미국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이 발간한 '주요국 애그테크 산업 정책 동향'에 따르면 북미 애그테크 시장 규모는 11억 달러 이상이며 이는 전 세계 애그테크 규모의 63% 수준이다. 2025년 북미 애그테크 시장은 14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에어돔을 짓고 계약 재배를 수주해 전략 작물을 유통할 예정이다. 미국 워싱턴 주로부터 에어돔을 세울 부지를 무상으로 지원 받았으며 에어돔 건립을 위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권 대표는 "말레이시아 등의 경우 농업이 주력산업이 국내 스마트팜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자사는 진출 시 시설 투자 등 생산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이에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인 미국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됐다. 현지 수요에 기반한 계약 재배를 수주해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가 그리는 최종 목표는 생산부터 유통으로 이어지는 농업의 전 구조 속에서 역할을 하는 '휴먼라이프 기업'이 되는 것이다.

권 대표는 "각 지역마다 특정 작물을 생산하는 데 특화된 환경이 있지 않냐. 가령 국내에서는 영양과 진주 쪽이 고추 생산으로 유명하다"라며 "애그유니는 그런 지자체에 에어돔 구축을 제안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농업 분야에서 상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에 그치지 않고 휴먼라이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민주 기자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 약력

△대구가톨릭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 및 무역경영 학사·졸업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 CXO 수료

△대통령직속 내일을 위한 청년위원회 농업정책자문위원 (2021년~2022년)

△TIPS AMP 3기 (2024년~)

△웰컴 투 팁스 대경권 회장 (2024년~)

△현 애그유니 창업자 및 대표이사(2019년~)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