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길어지는 스타트업계…"자생력·수익성 갖춰야 산다"
"작년보다 투자시장 더 위축돼…자금흐름 꽉 막혀"
"딥테크 소·부·장 스타트업은 기회 있을 것"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올해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투자 업계가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대만큼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스타트업 환경도 위축됐다는 평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1일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를 발표한 뒤 생태계 동향 패널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로는 AI 스타트업 '코르카'의 정영현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김종우 서울산업진흥원 창업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공개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자의 63.2%와 투자자의 64%가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지난해보다 위축됐다.
투자 유치가 어려웠다고 응답한 창업자는 48.4%, 투자 집행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투자자는 53.5%로 양측 모두 애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시장을 넘어 스타트업 전체 생태계에 대한 평가는 더 어두웠다. 올해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질문에 창업자의 64.8%, 투자자의 58%가 동의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올해 시장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고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투자가 증가하기도 했는데 결국 작년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내년에도 이와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 같다"고 투자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여전히 스타트업에 기회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올해보다는 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사슬이 재편되면서 딥테크 위주의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만큼 AI로 이커머스 광고 추천 모델을 개발하는 코르카가 업계 대표로 참석했다. 코르카는 지난해 3월 70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정영현 코르카 대표는 "실력 있는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잘 받고 있지만 단순히 AI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투자가 이뤄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오히려 AI와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AI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AI를 접목해) 가능성을 처음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에 관심이 있다"며 "산업 자체가 독특해서 AI를 특화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투자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것 같다"고 공감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와 공공기관은 무엇보다 매출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IT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를 모으면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우 서울경제진흥원 창업본부장은 "예전에는 스타트업이 서비스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매출을 내고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 역시 "투자받은 돈으로 수익성을 증명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말했다.
민간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원 사업이 많은 공공기관으로 스타트업이 몰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보니 현금성 지원이 이뤄지는 공공 과제 인기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김종우 창업본부장은 "R&D 과제의 경우 원래 경쟁률이 높았지만 특히 올해의 경우 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도 있었다"며 "드문 사례긴 하지만 시리즈B 투자까지 받은 스타트업이 (창업 공간) 입주 기업으로 신청하는 걸 보고 투자 시장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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