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이 픽한 K-스타트업 BEP…"태양광 기술로 3800억 유치"
[퍼스트클럽]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 인터뷰①
중소형 태양광 발전소 운영 역량 인정…대내외 환경도 맑아
- 이정후 기자,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이승배 기자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픽'한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그간 해외에서 '픽'이 된 국내 벤처기업을 보면 경영 협약을 맺거나 소규모 투자를 받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블랙록은 이 스타트업에 2021년부터 4년간 무려 3810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태양광 스타트업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얘기다.
우리나라 태양광에너지 산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의 결과인 셈인데 블랙록이 국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경우는 해상풍력 개발사 크레도홀딩스와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뿐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블랙록이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를 점찍은 이유에 대해 김희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년 설립된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는 태양광 발전소를 보유 및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11월 기준 회사가 보유한 태양광 발전소는 전국 366개로 주로 3메가와트(MW) 이하의 중소형 발전소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를 창업한 김희성 대표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자산운용회사에서 보냈다. 미래에셋증권 글로벌IB본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해외 부동산 투자 업무를 주로 맡았다.
이후 재생에너지 기업 한화큐셀에서 전략금융팀장, 한화자산운용에서 글로벌인프라 담당, 이든자산운용에서 인프라본부장을 경험한 그는 태양광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에너지 발전 시설과 달리 태양광은 어디에서든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포착하면서다.
"옛날에는 전력 시장에 개인이 관심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생산, 유통, 판매를 한국전력이 모두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전력 시장에 들어오면서 개인이나 작은 회사도 태양광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태양광에너지 사업은 약 18년간 자산운용사에서 쌓은 부동산 경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좋은 사업이기도 했다. 더욱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던 시기라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했다.
그렇게 시작한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는 2018년 5억 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하고 이듬해 1월 경북 상주시에서 1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준공 및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당시 블랙록은 국내 태양광 시장에 관심을 갖고 투자할 곳을 찾고 있었다.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는데 태양광 설치 단가는 점점 낮아져 투자 대비 효율이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태양광 발전시간은 3.5~4.2 시간으로 태양광 보급률이 높은 독일·영국·일본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는 매전 단가는 평균 1킬로와트시당 150~160원으로 해외의 0.03(42원)~0.05달러(70원)보다 훨씬 높았다.
이처럼 위험 대비 투자 수익률이 높은 우리나라였지만 국내 태양광 시장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블랙록은 국내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했음에도 투자할 만한 적절한 기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가 블랙록을 만난 것은 이때였다. 중소형 발전소를 전국 단위로 보유 및 운영하면서 금융 역량도 종합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업으로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김 대표의 풍부한 자본시장 경험이 일반적인 태양광 발전 기업과 차별화가 된 영향도 있었다.
첫 투자 이후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가 목표를 초과 달성하자 블랙록은 유상증자에 계속 참여해 투자를 늘렸다. 지금까지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가 블랙록으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금은 3810억 원이다.
최근에는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기존 주주들의 구주를 모두 매입했다. 현재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의 주주는 블랙록과 김희성 대표 둘뿐이다. 현재 최대 주주는 블랙록이다.
김 대표는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ESG라는 말을 확산시킨 인물"이라며 "ESG의 선구자로 불리는 블랙록으로부터 기후 인프라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라고 강조했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는 태양광에너지의 확산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설치되는 신규 전력 시설의 80% 이상이 재생에너지인데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규모의 경제로 인해 가격 경쟁력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연평균 6기가와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 정부 5년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연평균 3.5기가와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1GW는 원전 1기의 연간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다.
태양광에너지는 화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보다 발전 단가가 낮고 입지 조건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가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는 단기간 내 기업공개(IPO)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블랙록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 약력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 △미래에셋증권 글로벌IB본부 △현대차증권 M&A팀 △한화큐셀 전략금융팀장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인프라 △이든자산운용 인프라본부장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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