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지적 받은 '배달비 2천억'…예결위 심사 '바늘구멍'
소상공인에 연 최대 30만 원 배달·택배비 지원…2037억 편성
여야 모두 "실효성 의문"…일부 위원 "삭감은 여야 모두 부담"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내년 영세소상공인에 연 최대 30만 원의 배달·택배비를 지원하는 2037억 원의 정부 예산안이 여야 격론 끝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예산안 심의 절차에서 상임위는 '예비심사' 격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심사 관문이 남았다.
산자중기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배달·택배비 예산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 '현금성 퍼주기 지원이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 주장은 예결위원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어 종합심사 통과를 낙관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부 위원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잘못된 정책은 욕을 먹더라도 삭감해야 하지만, 이 사업은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라며 감액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상임위 역시 이 논리로 통과했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국회 산자중기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배달·택배비 지원' 예산 2037억 원을 여야 합의로 감액 없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여야는 앞서 열린 산자중기위 예산결산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사업 효과가 미미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예산소위에서 산자중기위 위원들은 "연 30만 원이면 하루에 820원꼴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금이 배달앱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다"며 사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배달·택배비 지원 사업은 앞서 국정감사와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7일 전체회의에서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배달앱 3사의 배만 불려주는 사업으로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했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취지는 좋으나 대상자가 전체의 9%밖에 안 되고 소상공인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여야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감액'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돌연 삭감하면 정치권 전체에 부담이 된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잘못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삭감하면 정치권 전체에 부담이 된다"며 "여야 모두가 비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공공배달앱 예산을 살려 투트랙 전략으로 가자"고 주장했다. 다른 여당 위원은 "소상공인에 가장 필요한 지원이 배달·택배료 아니냐"며 "기재부를 설득해 확보한 예산인만큼 정부안대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중기부는 지원금이 배달앱에 흘러갈 것이란 우려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사업인 데다 배달앱을 쓰는 외식업계 영세소상공인은 지원 대상인 67만명 중 5만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배달비뿐만 아니라 택배비 부담을 느끼는 모든 도소매 영세자영업자가 지원 대상"이라며 "연 30만~60만 원의 배달·택배비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돼 이 상승분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결위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지만 의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예결위에서도 상임위와 마찬가지로 해당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결위는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배달·택배비 지원은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경감하려는 긍정적인 취지가 있다"면서도 "연평균 배달료 부담이 1700만 원에 달하는데 연 30만 원을 한시 지급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부담 경감에 기여할 수 있을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자 선별 등에 상당한 행정비용이 발생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당초 사업목적과 달리 보조금 전가 현상으로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제도가 안착될 수도 있다"고 봤다. 사업은 소상공인이 배달비용 증빙자료를 직접 제출하는 신청주의 방식으로 설계됐다.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소속 위원 중 이미 배달비 지원 사업 예산을 감액한 서면 의견서를 제출한 의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감액보다는 전기요금 지원 등 다른 소상공인 예산으로 넘겨야 한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예결위는 18일부터 상임위별 예비 심사 결과를 토대로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에 돌입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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