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교도소 담장 걷는 기분"…韓 만난 중소기업 '절규'(종합)
중기중앙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초청 간담회 개최
한동훈 "中企 대출 부담 커…예대마진 줄여야"
- 김형준 기자
많은 기업인들이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처벌이 가장 강한 영국조차도 법인에만 벌금을 메깁니다.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 여당의 역할이 꼭 필요합니다."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중소기업계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제조기업의 수출 납기를 위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처벌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전문가 집단의 법무 검토와 노무 컨설팅으로 노동규제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법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 안을 수 밖에 없다는 호소다.
한동훈 대표는 중기계의 이같은 호소에 대해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을 만나면서 대한민국 격차를 해소하겠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서 격차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중소기업계가 처한 대내외 여러 어려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당으로서 더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
18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8월 중기중앙회 회장단이 한 대표와 만난 이후 한 대표가 중기중앙회를 찾은 것은 당대표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한 대표와 김상훈 정책위 의장, 정광재 대변인 등이 참석했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중소기업 관련 협·단체장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집권 여당 대표를 만난 중소기업계는 한 대표가 강조하는 '격차 해소' 중 가장 필요한 것이 '기업 격차'와 '노동 격차' 해소라며 이를 포함한 정책과제 45건을 전달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의 기업 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노동 규제 중 주 52시간 근로제와 중대재해처벌법은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회장은 "일본은 초과근무를 월 100시간, 연 720시간까지 허용하고 미국은 한도 자체가 없이 연장근로가 가능한데 우리나라만 주 52시간에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8%로 선진국 중 1위인데 납기가 생명인 제조업에서 주 52시간으로 수출 납기를 어떻게 지킬 수 있겠냐"며 "최소한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근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도 우리나라는 '1년 이상 징역'이라는 하한규정을 두고 있어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한다"며 "처벌이 가장 강한 영국조차도 법인에만 벌금을 메긴다. 정부 여당이 이 두 가지만큼은 꼭 해결해 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뿐만 아니라 국민도 정치가 민생보다는 정쟁으로만 치닫는 것 같다고 걱정하고 있는데 국회, 정부가 국민을 위하는 게 '동료 시민'인 804만 중소기업과 2000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중소기업계가 전달한 정책과제에는 △협동조합 공동사업 활성화 및 협의요청권 도입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 확대 △외국인 근로자 취업 방식 개선 △펨테크 산업 육성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등이 담겼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8월 중기중앙회 회장단을 만났을 당시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여기서 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특히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은행권의 예대마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기준금리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더 내려갈 수도 있는데도 기업이나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예대마진 차이가 이렇게 크게 오래 지속되게 되면 가계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9월 말 4대 은행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액이 지난해 말 대비 47.8%, 7929억 원이나 늘어났다. 연체율도 0.31%에서 0.43%로 급등했다"며 "중소기업의 연체 상환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예대 마진을 줄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선 일·가정 양립 문화를 위해서도 힘쓰겠다는 뜻을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범중소기업계 협·단체들은 지난 13일 '중소기업 일·가정양립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 대표는 "육아휴직 활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풀을 구성하고 기업이 금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 지원을 신설할 예정"이라며 "파견근로자 대체 인력을 지원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세무조사 유예 등 인센티브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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