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깡 했나" 192억 사기친 마늘집, 처벌 '구멍'

'온누리 깡' 과태료 상향 목소리…마늘집 환수는 요원
"솜방망이는 없다"…중기부, 과징금 등 처벌 다각도로 모색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안내판이 게시돼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온누리상품권이 일명 '깡'으로 불리는 불법 환전 등 부정유통으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지금까지 발생한 부당 이익에 대해 제재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당이익 환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상품권 깡을 적발해도 제대로 된 환수가 이뤄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내릴 수 있는 행정처분은 최대 과태료 2000만 원 수준이다. 사법당국에 고발조치가 이뤄지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고발과 재판 과정이 길어 실효성 있는 처분의 수위를 상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부정유통 사실 적발을 계기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온누리상품권 깡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부당이익을 적극 환수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이번 192억 원의 온누리상품권 깡을 한 마늘가게, 41억 원의 깡을 한 쌀가게 등에는 소급 적용이 불가한 상황이어서,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법률 개정 전까지는 과징금 등 행정조치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누리 깡' 과태료 상향 목소리…마늘집 환수는 요원

12일 관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재발 방지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방안에는 부정유통 행위가 적발된 업체의 부당이익에 대해 환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 중기부는 부정유통 건에 대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 등에 따라 과징금 처분과 가맹점 등록 제한 등의 행정처분을 내려왔다. 하지만 관련 법에 부당이익에 대한 환수 조항은 없었던 것이 문제다.

현행 전통시장법 제74조는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온누리상품권을 수취하거나 실제 매출금액 이상의 거래를 통해 온누리상품권을 수취하는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0만 원은 최대 과태료로 1차 적발 시에는 500만 원, 2차 적발 시에는 1000만 원, 3차 적발 시에는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구의 한 일가족이 마늘가게와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포함한 3개의 가맹점에서 월평균 192억 원의 온누리상품권 매출을 올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액 지류 온누리상품권 매출이었던 만큼 산술적으로 할인율을 고려하면 매월 10억 원 이상의 현금이 해당 업체로 흘러 들어갔지만, 이들에게 최대로 내릴 수 있는 과태료도 2000만 원인 셈이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온누리상품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행정처분으로 과태료 2000만 원을 받아도 부정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어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과태료 처분에 대한 상향 조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불법 수익이 처벌의 무게를 뛰어넘게 되면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른바 '한탕'을 저질러 부정 수익을 벌어놓고 징역형 등 형사처분까지 감당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부당이익의 환수는 범죄 억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판단에 따라 중기부는 이번에 적극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 부당이익 환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솜방망이는 없다"…중기부, 과징금 등 처벌 다각도로 모색

법 개정이 이뤄진 이후에도 처벌에 대한 '소급 적용'은 쉽지 않다. 앞서 주가조작 등 금융 범죄에 대한 부당이익 환수 법률 개정 사례를 보면 '(개정 당시)수사 중인 사안도 처벌 범위에 포함한다'는 특별 조항을 넣어, 당시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라덕연 주가조작 일당'을 수사 대상에 특별히 포함했다.

이번 온누리상품권 깡과 관련해 법 개정이 대단히 신속하게 이뤄지고 이같은 특별조항을 넣는다면 소급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중기부는 올해 안에 온누리상품권 관련 종합 대책을 마련하며 해당 개정안을 함께 준비할 예정이다.

원영준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는 환수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소급 적용은 어렵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재 중기부는 월평균 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가맹점 15곳을 조사한 후 13곳에서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이후 7곳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를 진행했다. 경찰 조사 등이 마무리되면 위반 업체들의 부당이익 규모 등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부당이익 환수에 대한 소급 적용은 어렵지만 중기부가 조사 후 과징금 형식으로 업체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환수 조치는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형사재판 등을 통해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며 "환수 소급은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며 중기부 등에서 과징금 형식으로 행정적인 벌을 내릴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과징금 처분과 환수 소급 여부 등을 포함해 종합 대책을 마련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법무법인 등을 통한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