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깡' 성행에 부랴부랴 '환수'…192억 마늘집은 '환수불가'
5년간 539억 새자 환수 위한 법 개정 추진…"소급적용 어려워"
마늘집은 과태료 2000만원이 전부…과태료 상향 필요성도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이 이른바 '깡'이라 불리는 불법 할인 환전 등 부정유통으로 얼룩지자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부정유통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이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온누리상품권 깡을 했던 '마늘집 192억 원' 사태의 부당이득은 환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 개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기존 발생 범죄에 소급적용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재발 방지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방안에는 부정유통 적발 가맹점에 대해 불법 매집으로 취득한 부당이익에 대해 환수 조치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사례가 발생하고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환수와 관련한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사례는 235건, 부정유통 액수는 53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적발된 업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가맹 등록을 제한하는 등의 행정처분만 존재했다. 과태료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2000만 원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
중기부는 향후 취소 가맹점 등록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5년간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당이익 환수 조치는 전통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시행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이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법 시행 이전에 일어난 부당이익에 대해 소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영준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는 환수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소급 적용은 어렵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대규모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의혹 업체에 대한 환수 조치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 업체가 모두 한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이며 마늘가게 한 곳을 제외한 두 개의 가맹점은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였다고 지적했다.
해당 가맹점들은 올해만 월 평균 192억 원의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했다.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내부 장부상 거래를 허위로 일으키고 서류상 매출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쌀 등을 납품하는 시장 내 농업회사법인 3곳에서도 월 평균 41억 원이 넘는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매출을 올려 부정유통 의심 사례로 거론됐다.
중기부는 지난달 월 평균 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가맹점 15곳을 조사한 이후 13곳에서 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7곳은 고발조치 및 행정처분을 진행했고 나머지 6곳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마늘집 등을 포함한 위반 업체 13곳이 총 얼마의 부당이익을 취했는지는 경찰 조사 등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늦었지만 앞으로 환수를 하겠다는 방침은 부정행위를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어디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추적이 안 되면 환수 기준을 따지기 어렵다. 그래서 모니터링에 대한 강화가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처분으로 과태료 2000만 원을 받아도 부정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어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태료 처분에 대한 상향 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기부는 오는 29일까지 월 매출 1억 원 이상인 점포와 주류 소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점포 등 총 434곳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2차 조사에서 적발되는 사례들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온누리상품권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 제도 개선, 활성화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부정이익 환수에 대한 전통시장법 개정안도 해당 대책과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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