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中企 '위기론' 대두…"고관세·고금리 어쩌나"
트럼프 정책, 인플레 부채질…금리인하 동력 약화
미국 보편관세 10% 적용 땐 수출 부담 '직격탄'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트럼프 집권 2기' 출범이 확정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를 인상하는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울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하방압력을 받고 있던 물가 역시 보편적 관세와 비우호적 이민자정책 등으로 다시 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최대 수출국이 미국이다 보니 단기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당장 고환율 분위기는 반가울 수 있으나 이외의 여건은 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1396.20원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7개월 만에 장 중 한때 1400원을 돌파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이 확정되면서 보편관세 부과와 대규모 관세 등으로 강달러 분위기가 일었고, 재정적자 확대로 미국 국채 등 금리 인상 전망이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편 관세 10%가 적용될 경우 교역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미국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3년 넘게 이어졌던 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지난 9월 '빅 컷'(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단행한 바 있다. 월가에서는 오는 11월과 12월에도 빅컷에 준하는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을 받으면 금리인하와 같은 완화 기조를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방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지만 시중은행은 가계부채 억제 등을 위해 오히려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힘겹게 고금리 상황을 버텨왔던 중소기업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금융권의 예대금리차 확대 기조를 개선해 달라"고 청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의 완화 기조가 다시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이 더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고금리 기조가 어이질 경우 이미 빚에 허덕이는 국내 중소기업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소기업계에는 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8월 기준 0.78%로, 전월 대비 0.11%포인트(p)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중소법인이 연초 0.62%에서 0.84%로 0.22%p, 개인사업자가 0.56%에서 0.70%로 0.14% 뛰었다.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세적 관세부과에 초점을 둘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에 제약일 것"이라며 "1기보다 고금리·고물가 여건인 상황에 고강도 관세가 현실화하면 저성장·고물가 압력이 커져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 받는 보편관세 10% 역시 국내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도 3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수출국 1위는 미국으로 전년대비 8.8% 증가한 45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으로의 수출 원가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1기 집권 당시처럼 미국의 압박으로 대(對)중국 수출 감소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의 판매 경로는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트럼프 노믹스 2.0과 한국 경제'라는 보고서를 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실장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하고 경제성장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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