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런웨이에 피 마르지만…투자 유치도 신중해야죠"
[퍼스트클럽] 권성택 티오더 대표 인터뷰②
"속 타는 투자 라운드…드래그얼롱 등 신중한 투자 유치 필요"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김형준 기자, 김성진 기자
"제가 세우고 키워 온 회사지만 창업자인 제 지분이 떨어지는 것보다 돈이 떨어지는 것이 더 무섭더라고요. 티오더는 장치사업 성격이다보니 초기에 상당히 번(burn)이 있어 자금 유치가 중요했습니다."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김형준 김성진 기자 = 런웨이. 스타트업이 현재 보유한 자금을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 말이다. 런웨이가 얼마나 남았는지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지금은 테이블오더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티오더의 권성택 대표(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의 고민도 비슷했다. 권 대표는 티오더 본사에서 <뉴스1>과 만나 "매년 투자를 받을 때마다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티오더는 올해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1차 라운드를 클로징하며 누적 투자금액 438억 원을 달성했다. 이 기세라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규모의 비상장 벤처기업) 기업도 가시권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엔 캐나다, 미국 등 북미로 진출하며 글로벌에서도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부다.
그런 티오더에도 투자유치는 언제나 고민이다. 특히 벤처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최근 2년은 티오더조차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니 신생 스타트업들은 자금 유치가 더더욱 쉽지 않겠죠. 그 고통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권 대표에게 창업부터 국내 벤처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티오더는 지난 2019년 창업한 후 시리즈B까지 총 6번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프리A 투자를 받은 이후 한국투자파트너스, 씨엔티테크, 엘비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마냥 순탄하기만 한 투자 과정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테이블오더 서비스가 소프트웨어는 물론 장치산업에 속하는 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아 사업을 하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권 대표는 "테이블오더는 자사 제품이 시장에 어느 정도 구축이 되기 전까지는 큰 운영비가 든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더욱 피 마르는 투자 라운드를 겪어야 했던 이유다.
티오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벤처 자금 시장이 크지 않은 만큼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상반기 기준 5조 4000억 원에 그친다. 미국의 경우 올해 2분기에만 약 77조 원의 벤처투자가 이뤄졌다.
전 세계적으로 벤처투자가 인공지능(AI) 등 딥테크 기업에 몰리고 있기도 하다. 권 대표는 투자 유치 활동을 두고 "말도 못하는 피로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런웨이가 얼마 남지 않을수록 스타트업 대표들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백방으로 투자자들을 구하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 조항이다.
드래그얼롱은 소수의 지분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팔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투자를 활성화하거나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혁신 산업을 일궈온 스타트업 대표들에게는 경영권 상실과 조기 상장에 대한 압박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권 대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창업주의 지분이 떨어지는 것보다 돈이 떨어지는 것이 더 무서워진다"며 "티오더는 드래그얼롱 조항을 피했지만 이러한 초기 기업들에 그런(드래그얼롱) 제안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조항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창업자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투자 라운드가 계속해서 진행될수록 투자자들과 지분이 희석되면서 창업자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지분 희석은 곧 혁신 사업의 지속성과 직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은 투자 라운드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티오더는 초기 투자 단계부터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받아내면서 창업자인 권 대표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들,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딥테크 분야나 물류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선 인재 영입과 초기 투자비용을 이유로 창업자의 지분이 대폭 깎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벤처투자에 특히 인색한 국내 투자시장의 구조도 한몫을 한다.
혁신 창업가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국내에서도 '복수의결권'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국내 시행되는 복수의결권은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도록 했지만 복수의결권 행사를 위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등 실행 요건이 까다로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경우 보유 주식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슈퍼의결권'을 가진다는 것과도 비교된다.
벤처투자 시장과 제반 여건을 고려했을 때 국내보다는 미국에서의 상장을 고려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권 대표는 "한국인으로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만약 미국에서 사업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스타트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티오더는 성공적인 투자 유치에 힘입어 명실상부 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티오더는 지난 5월 한국산업은행, 엘비인베스트먼트, 노앤파트너스, 유진투자증권 등으로부터 3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리즈 B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프리A 시리즈와 시리즈A까지 포함하면 티오더의 총 투자 유치 규모는 430억 원을 넘어선다. 기업 가치는 약 3000억 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권 대표의 보유 지분은 절반을 넘는 60%다.
권 대표는 "아직 새로운 투자 라운드에 대한 고려를 하지는 않고 있다"며 "(투자보다는) 금융을 활용한 영업을 해나가기 위해 우수 인재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창업 이후 지난 2022년 테이블오더 시스템 '호잇' 운영사 유니드봇을 인수한 데 이어 호텔 관리 솔루션 '아이스테이' 운영사 인더코어비즈니스플랫폼을 인수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캐나다, 미국 등 북미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한인사회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까지 안착시키고 있다. 티오더는 오는 2030년까지는 20%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대표는 "현재 티오더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 인증을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며 "기업공개(IPO) 등 다음 단계로의 성장도 필요한 단계지만 아직은 사업 성장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 약력
△1988년생
△2019년~현재 주식회사 티오더 설립 및 대표이사
△2024년~현재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22~2024년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 11기 졸업 및 총동문회장
△2020~2023년 주식회사 구도로 프랜차이즈 본사 공동대표
△2017~2021년 구도로통닭 대표
△전 해외쇼핑몰 운영 및 개발 기획
■ 대담= 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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