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테이블 점령한 티오더…글로벌 진출로 '유니콘' 바라본다

[퍼스트클럽] 권성택 티오더 대표 인터뷰①
"오프라인 어디서나 '티오더'…2030년 美 점유율 20% 간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티오더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저도 자영업자였습니다. 가장 힘든건 사람과의 관계더군요. 티오더를 하면서 만난 사장님들도 그런 고민이 많으셨죠.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고 사람은 구하기 힘들고, 툭하면 고발장 날라오고...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는 티오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김형준 김성진 기자 = 식당에 가서 '저기요! 이모!'를 외치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PC를 이용해 음식메뉴를 직접 주문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메뉴판 글씨만 보고 골라야 했던 손님들은 태블릿PC에 있는 음식 사진으로 더욱 정확하게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게 됐다.

태블릿PC 조작이 어려워 어르신들은 혹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눈으로 사진을 보고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 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메뉴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외식 트렌드를 확 바꾼 테이블오더 서비스 '티오더'의 얘기다. 티오더의 창업자 권성택 대표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티오더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경험으로 본 티오더의 비전…사장·손님 모두 홀렸다

정장을 차려입은 금융맨들이 오가는 여의도 고층빌딩 속 티오더 본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문 앞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짐을 부려놓고 노트북을 펼쳐 정신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로비엔 향긋한 커피 내음이 가득하고 직원들이 찍은 즉석사진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드라마에 나오는 '잘나가는 스타트업' 분위기 그대로였다.

권성택 대표는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 사이에 끼어앉아 한 직원과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직원 미팅을 마치고 간신히 인터뷰를 시작했다.

식당을 가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경험해봤을 '테이블오더' 시스템으로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일으키기게 된 배경과 동기, 그런 뻔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저도 자영업을 해봤으니까요." 권 대표의 답변은 간결했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었지만, MBTI 중 'I'형이 분명한, 차분하고 진중한 성격이 묻어나왔다.

티오더를 창업하기 전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하던 권 대표는 오프라인 사업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프랜차이즈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자영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름아닌 '직원 관리의 어려움'이었다.

그는 "사람을 채용해도 하루만에 그만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심지어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유니폼을 입은 채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이는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져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티오더 단말기의 모습.(티오더 제공)

권 대표는 당시 고민 끝에 초기 테이블오더 시스템을 가게에 도입하게 됐다. 직원들의 주문 누락 등 실수가 줄면서 효율적인 영업도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직원 관리에 품을 줄일 수 있었고 본인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람에 질리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권 대표가 테이블오더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느낀 것은 작은 태블릿 시스템 안에 온라인 커머스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쇼핑몰처럼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고 구매를 결정해 결제하는 일까지 권 대표가 자신 있었던 이커머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권 대표는 "이게 바로 내가 하던 온라인 커머스구나, 이것을 오프라인으로 옮겨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커머스 운영 경험과 개발,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는 티오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들어 2019년 창업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처음 테이블오더 상품을 선보일 때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사람이 아닌 기계에 주문을 하는 시스템을 고객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권 대표는 "다행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주문에 대한 손님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사장님들도 서빙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서빙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식탁까지 노리는 티오더…테이블오더로 전 세계 잇는다

현재 티오더는 국내에서 20만 대의 테이블오더 시스템을 공급했다. 테이블오더 시장에선 1등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기준 무인주문기 도입률은 7.8% 수준이다. 아직 국내에서도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호텔 서비스 플랫폼 '아이스테이' 운영사인 인더코어비즈니스플랫폼을 인수하며 신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티오더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의 식탁까지 노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북미 지역이다. 지난해 캐나다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미국 법인까지 세웠다.

언뜻 생각하기엔 팁 문화 등 우리나라와 환경이 너무 다른 지역이지만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8000대가량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권 대표는 "서비스가 문화를 탈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이 재료는 빼달라든지 하는 북미 사람들의 개인화 성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했고 급변하는 시대인 만큼 새로운 문화를 (외국인들도) 쉽게 습득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팁 문화에 대해서도 "주문은 직접 받지 않지만 음식을 가져다 주고 테이블오더로 업무가 효율화 돼 테이블 회전이 빨라져 점원들이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티오더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창업 첫 해 국내에서 800대를 판매했던 티오더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국 시장에서는 10배가량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별도의 해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 식당을 차릴 때 티오더를 도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건비가 높고 인력난이 심한 북미 지역을 진출 지역으로 낙점한 것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권 대표는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는 점유율 20%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티오더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를 잇는다'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 티오더의 목표는 '유니콘'이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티오더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테이블오더 업계 최초로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1차 라운드를 클로징하며 누적 투자금액 438억 원을 달성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KDB산업은행, L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쟁쟁한 기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B 라운드에선 티오더의 기업가치를 3000억 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권 대표는 "현재 티오더는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며 "우수 인력을 많이 채용하며 사업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 약력

△1988년생

△2019년~현재 주식회사 티오더 설립 및 대표이사

△2024년~현재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22~2024년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 11기 졸업 및 총동문회장

△2020~2023년 주식회사 구도로 프랜차이즈 본사 공동대표

△2017~2021년 구도로통닭 대표

△전 해외쇼핑몰 운영 및 개발 기획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김형준 기자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