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늘집 192억에 쌀가게도 41억 온누리 '깡' 의혹…또 대구

농산물법인 3곳 지류만 월 10억 원 이상…두 곳은 번호 동일
'깡' 의혹 일파만파…내년 5.5조 발행목표 제동 가능성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을 소비자들이 펼쳐보이고 있다. 사용 기록 등이 투명하게 관리되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지류형' 상품권은 부정유통 의혹이 적지 않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최근 국정감사에서 '마늘가게 온누리상품권 깡' 의혹이 도마에 오른 데 이어, 같은 대구 지역 전통시장에서 또 다른 3개 가맹점이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수십억 원을 부정유통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해당 업체들은 추적이 쉬운 모바일이나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이 아닌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으로만 올해 4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액을 역대 최대 수준인 5조 5000억 원으로 잡고 있는 가운데 '깡'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뉴스1>이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북구 대구능금시장, 달서구 달서시장, 서구 신평리시장에 각각 위치한 3개 가맹점은 올해 온누리상품권으로 41억 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 업체들은 농업회사법인으로 등록된 주식회사로 쌀 등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조회된다. 각각 전국 온누리상품권 매출액 기준 4위와 6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4위 업체의 올해 월 평균 온누리상품권 매출액은 14억 8700만 원, 6위 업체는 13억 6700만 원, 7위 업체는 12억 5300만 원이었다.

이들 업체의 온누리상품권 매출은 전액 지류형으로만 이뤄졌다. 모바일, 카드형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실시간 추적이 어려운 온누리상품권을 부정하게 유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며 중견기업 규모로 성장한 대전 소재 빵집 '성심당'의 지류 매출액도 월 2550만 원 수준이다.

장철민 의원은 "동네 시장 상인들의 꼼수 수준으로 보기엔 규모도 크고 유형도 아예 다르다"며 "법인 자금으로 (온누리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후 현금화해 빼돌리는 '돈세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점포에 '종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임을 알리는 명패가 붙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뉴스1 김형준 기자

온누리상품권 대규모 깡 의혹은 앞서 지난 25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 업체가 모두 한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이며, 대구 팔달신시장에 위치한 마늘가게 한 곳을 제외한 두 개의 가맹점은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가맹점은 올해만 192억 원의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했다.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내부 장부상 거래를 허위로 일으켜 서류상 매출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은 해당 업체들이 환전한 상품권의 출처를 조사 중이다.

4위와 6~7위 업체들이 1~3위와 유사한 방식을 이용한 가족 등 관계 업체인지,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는지 등 자세한 사항은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진공 데이터에 등록된 4위 업체와 6위 업체의 전화번호는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이처럼 온누리상품권을 부정하게 유통해 적발된 건수는 총 235건으로 나타났다. 부정 유통액은 총 539억 원에 달한다.

중기부 측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대규모 부정유통 의심 사례들을 파악해 월 매출 5억 원 이상인 상위 15개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실제 불법 정황이 드러나면 법적 대응에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상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는 5조 5000억 원이다. 대규모 부정유통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서 내년도 관련 예산안 심의에도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철민 의원은 "정부가 민생대책이라며 온누리상품권을 무작정 늘리고 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전체 온누리상품권의 7%가 부정유통"이라며 "정확한 진상 파악과 대책 없이는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예산 통과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장철민 국회 산자위 위원. 2024.6.1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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