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가게가 상품권 192억 '깡' 의혹…배달 중개료도 뭇매(종합)

중기부 종합감사, 온누리상품권·배달 수수료 중점 거론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개선 필요성도 제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이민주 장시온 기자 = 전통시장의 상권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이 부정 유통 문제로 국회의 잇단 지적을 받았다.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 있는 가게 3곳이 페이퍼컴퍼니까지 만들어 현금 환전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상생안 도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배달앱 상생협의체'와 관련해서는 배달앱이 수취하는 수수료를 제한하는 '총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온누리상품권 월 매출 5억 원 이상 사례를 전수조사해 불법 유통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앱 수수료 문제는 현재 논의 중인 상생협의체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통시장에 페이퍼컴퍼니…"온누리상품권 조직적 불법 유통"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중기부 종합감사가 열렸다.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의 불법 유통을 비롯한 데이터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됐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온누리상품권 1~3위 업체는 모두 대구 팔달신시장에 위치한 가게로 파악됐다. 해당 가게들은 마늘 등을 판매하는 채소가게로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각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중 한 곳만 위치가 파악되는 가게로, 나머지 두 곳은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된다. 각각 월 매출로 약 74억 원, 63억 원, 55억 원을 기록하면서 3곳의 총매출액만 약 192억 원 규모다.

해당 매출은 모두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으로만 발생했으며 온누리상품권의 10% 할인율을 감안하면 매달 최소 10억 원의 부정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철민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을 등록할 때 월평균 매출액을 기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가게의) 매출이 왜 튀는지 확인을 안 한 것"이라며 "중기부는 관리할 생각이 있긴 하느냐"고 지적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의원 지적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내용을 파악한 뒤 월 매출 5억 원 이상 발생하는 곳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3개 업체는 불법이 확실해 보여서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배달앱 수수료 5% 상한제 해야"…중기부 역할 확대 주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배달앱 상생협의체에 대해서도 중기부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여야 국회의원들은 입점업체 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수료 5%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 수수료에 캡(상한)을 씌워서 더 이상 높이지 못하도록 하는 총수수료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미국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도 "(배달앱 문제를) 상생협의체에만 맡기지 말고 중기부에서 (수수료) 상한선을 두는 방법 등을 연구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앞서 23일에 열린 제8차 배달플랫폼 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는 쿠팡이츠가 기존 9.8%의 중개 수수료를 5%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배달의민족은 매출 상위 업체 60%에 9.8%를 적용하고 하위 그룹에는 매출액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차등 수수료'를 제안한 바 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입점업체에서 말하는 수수료의 부당성에 대해 배달앱 협의체 관련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협상이 이뤄지도록 관련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대기업 갑질, 13년째 달라지지 않아…협상권 부여해야"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중기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3년간 국내 제조 중소기업의 20.4%가 대기업과 거래할 때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수치가 13년 전 비슷한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년이 지나도 대기업 갑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중기부의 역할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기업과 거래할 때 협의 요청권을 법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협의 요청권을 부여하는 일명 '가격후려치기방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불공정 행위와 관련한 여러 조치를 하고 있는데 미진한 부분을 챙겨보겠다"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