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없어요?"…중기부 산하 '空空기관' 국감[기자의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기술보증기금·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국정감사. 2024.10.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헌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 국회의 역할 중에는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도 있다. 국회의 이런 기능이 빛을 발할 때는 단연 국정감사 기간이다.

피감기관(정부 부처 및 산하 공공기관)의 수장을 불러 '올해 사업 집행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민생 안정을 위해 내년 예산은 얼마나 확보했는지' 그리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 지적을 산 방만 경영은 개선했는지' 등을 따져 묻는다.

기관 수장들은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 불려와 '혼꾸멍'이 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 기관 운영에 심혈을 기울인다.

중기부를 도와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도 매년 국정감사를 받는다. 지난 22일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2024년도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중기부 산하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기부 산하 11개 공공기관장들은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대표 선서를 시작으로 국정감사에 임했다. 감사 내내 여야 국회의원들은 기관 증인에 날 선 질의를 쏟아냈고 이들은 진땀을 흘리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기관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국정감사에 임하는 분위기다.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와서'가 아니다. 현재 대표나 원장 자리가 공석이어서 직무대행이 대신 국감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번 중기부 산하기관 국감에 직무대행이 대신 참석한 곳은 공영홈쇼핑,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다. 공영홈쇼핑에서는 대표이사 공동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영주, 이종원 상임이사가, 창진원에서는 미래비전본부장 겸 원장 직무대행이, 한국벤처투자에서는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신상한 부대표가 자리를 채웠다.

조성호 전 공영홈쇼핑 대표이사는 임기가 만료되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김용문 전 창진원장은 2월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벤처투자 대표 자리는 지난해 11월 유웅환 대표가 사임한 이래로 줄곧 비어있다.

공교롭게도 '수장이 없는' 이들 산하기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비위와 방만 경영으로 '집중 포격'을 맞은 곳이다.

창진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공공기관 최초로 피싱 사기를 당한 사실과 원내 성희롱 사건 등을 지적받았고, 공영홈쇼핑은 전임 상임감사의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과 한우 상품에 젖소를 섞어 판매한 '가짜 한우' 사건들로 도마에 올랐다.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일까. 이들 기관은 올해도 '국감 단골손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기강해이를 지적받았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공영홈쇼핑이 일부 업체에 방송 편성을 몰아줬다고 지적했고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창진원에 조직 운영이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벤투에 벤처투자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속담에 '임자 잃은 논밭에 돌피 성하듯'이라는 말이 있다. 일정한 관리나 감시를 못해 좋지 않은 것만 무성하게 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 기관의 비위와 방만 경영이 단순히 수장이 없기에 생긴 일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그러나 지키는 이가 없는 곳에는 딴청을 피우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키를 쥔 대장이 없는 기관이 어떻게 제대로 돌아갈까.

'空空기관'이 돼 버린 중기부 산하기관을 '여러(公) 사람이 함께(共)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인 공공기관(公共機關)으로 원복시키려면 하루빨리 수장 인선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