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 아니고 N32인데요?"...가구업계는 '세컨드 브랜드' 독립운동 중
기존 브랜드와 별도로 전문 브랜드 육성…'사업 확장' 효과
타깃층 넓혀 3조 원 규모 '슬리포노믹스' 시장 공략 박차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 결혼을 앞둔 30대 여성 김모 씨는 신혼집에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 N32를 들이기로 했다. 매장에 진열된 매트리스에 앉아 원단의 감촉을 느끼던 김 씨는 "폼 매트리스는 더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직접 와서 만져보니 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에 N32가 시몬스 컬렉션인 것을 아냐고 묻자 "몰랐다"며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가구업계가 '세컨드 브랜드'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사 컬렉션에서 시작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브랜드의 경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키울 수 있도록 자사 브랜드의 품에서 독립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성장한 세컨드 브랜드는 '사업 확장'과 '고객층 다양화'로 보답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시몬스는 최근 N32 브랜드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개설 전에는 N32 브랜드를 시몬스 홈페이지 내 N32 카테고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N32는 국내 침대업계 최초로 전 제품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다. 최초에는 시몬스가 국내에서 독자 개발하고 디자인한 컬렉션의 하나로 론칭했으나 최근에는 시몬스 이름을 떼어내고 독립적인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 시몬스에는 없는 '폼 매트리스'를 주력 상품으로 앞세웠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스프링 매트리스 제품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N32는 1월 29일 'N32 스프링 매트리스'를 출시했다.
이에 따라 N32는 △폼 매트리스 △스프링 매트리스 △레귤러 토퍼 △모션 커브드 베이스 등의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제품군 확장에 더해 최근에는 고객 접점 늘리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N32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첫 번째 로드샵을 오픈했다. 그간 N32는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하는 형태로 매장을 늘려왔다. N32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갤러리아 광교점, 아이파크몰 용산점 등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까사 역시 수면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를 주력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마테라소를 2021년 리뉴얼 론칭했다.
신세계까사는 최근 마테라소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여 세분화된 고객 취향을 공략하고 신세계까사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이에 맞춰 마테라소는 5월 마테라소 포레스트 라인을 출시하는 등 기존 매트리스 라인업을 전격 리뉴얼했다. 연내 추가로 매트리스 컬렉션 공개를 준비 중이다.
퍼시스그룹도 침대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베드'(SLOU BED)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슬로우베드는 2016년 퍼시스그룹이 론칭한 수면 전문 브랜드다.
슬로우베드는 7월 모델로 아티스트 이효리를 발탁했으며 이후 컬래버 제품 출시, CF·프로젝트 전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침대업계가 '세컨드 브랜드'를 키우는 이유는 슬리포노믹스(Sleep+Economics)로 불리는 수면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 원에서 2022년 3조 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시장 내에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의 경우 세컨드 브랜드가 고객층을 넓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세컨드 브랜드의 특장점을 강조해 집중 마케팅하기에도 브랜드를 이원화하는 쪽이 편리하다.
시몬스의 경우 '뷰티레스트'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침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업으로 구성된 N32를 통해 타깃층을 넓히고 비건, ESG, 친환경 매트리스라는 독자적 브랜딩에도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브랜드로 전 타깃층과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브랜드 타깃층을 무작정 넓히기는 것은 마케팅이나 사업 추진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라며 "색깔이 확실한 브랜드의 경우 기존 브랜드와 분리해 키우는 것이 전략 짜기에도 용이한 편이다. 세컨드 브랜드의 성장은 기존 브랜드의 수익성 확대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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