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한강' 책 만드느라 종이 600톤 필요…제지업계 환호
50만부 찍는데 300톤…100만부 앞둔 한강 덕에 백상지 수요 폭발
무림, 책 '흰' 추가 제작용 종이 30톤 추가 판매…"긍정적 효과"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제지업계 또한 '한강 훈풍'에 달아오르고 있다. 한강 작가의 저서가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출판을 위한 종이 주문이 폭증하고 있는 덕이다.
업계에선 책 50만 권을 출판할 경우 백상지(도서용 고급 종이) 300톤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강 작가의 도서 판매가 100만 부를 돌파한다면 600톤 이상의 백상지 출하가 요구되는 셈이다.
이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완판 행렬이 침체된 종이책 용지 시장의 활력이 되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12~13일) 무림 등 국내 제지업체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 추가 제작을 위한 유통사의 종이 구매 문의가 쏟아졌다.
소설가 한강의 책에는 한솔제지(213500)의 '클라우드' 제품, 무림의 백상지 등 다양한 인쇄용지가 사용됐다. 책을 만들 때는 커버부터 속지까지 다양한 소재의 종이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기간 무림은 책 '흰' 추가 제작에 쓰일 종이 30톤을 유통사에 추가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한솔제지도 '한강 효과'가 매출 증가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의 작품은 그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강은 사람의 몸을 주제로 불편하면서 파격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대표작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종이, 외서, 전자책을 포함해 60종에 이른다.
전날(14일) 기준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24에서 판매된 한강의 책 판매량은 68만 부다. 주요 서점이 집계한 한강 작가의 작품별 누적 판매 순위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순이다. 서점가는 전국의 모든 서점에서 판매된 실제 판매 부수는 100만 부에 근접했으리라 추산한다.
업계는 '한강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강의 책 다수를 펴낸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사는 인쇄소를 풀 가동해 증쇄에 들어갔다. 증쇄 물량은 '작별하지 않는다' 15만 부, '흰'은 6만 부 등으로 알려졌다.
종이책 인기가 급증하자 제지업계도 두 팔을 들어 반기는 기색이다. 상반기 수출 증가로 미소를 지은 제지업계가 하반기 미국 대선에 이어 '한강' 호재까지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통상 일반적인 규격의 도서 50만 부가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서 출판에 주로 사용되는 백상지 기준으로 250~300톤이 필요하다.
만약 한강 작가의 작품 판매가 100만 부를 돌파하면 백상지 수요만 500~600톤이 소요되는 셈이다.
무림 관계자는 "종이 수요의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며 "이번 수상의 효과가 단 기간에 그치지 않고 종이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출판, 인쇄 등 침체된 업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판매되면서 제지업계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솔제지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9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영업이익은 390억 원으로 6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림페이퍼(009200) 매출액은 6923억 원으로 2.9% 늘었고 영업이익은 729억 원으로 55%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무림P&P(009580) 매출액은 4001억 원으로 2.1%, 영업이익은 327억 원으로 47.5% 증가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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