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투자 없으면 헛물"…제도 완화에도 아쉬운 엔젤투자자

엔젤투자매칭펀드 재원 소진으로 투자 사업 마감
중기부, 투자 주체마다 전용 펀드 조성 '신중' 모드

엔젤투자매칭펀드 운용체계 구조도(한국벤처투자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개인투자자(전문엔젤투자자) 등록 요건을 완화했으나, 엔젤투자 업계는 마중물 역할을 하던 '매칭펀드' 예산이 새로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기부는 엔젤투자자처럼 특정 투자 주체를 위한 모태펀드 출자사업 대신 다양한 투자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출자사업을 설계하고 있어서 향후에도 엔젤투자매칭펀드의 재조성은 어려울 것에 무게가 쏠린다.

14일 중기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정부는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 전문개인투자자의 등록 요건을 '3년간 1억 원 투자'에서 '3년간 5000만 원 투자'로 완화한다.

이는 그동안 전문개인투자자 등록 요건이 높아 제도가 활성화하지 못한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전문개인투자자는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엔젤투자자에게 의무와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2014년 시작됐으나 그 수는 250여 명에 불과하다.

엔젤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문개인투자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엔젤투자매칭펀드'로 꼽힌다. 이는 투자한 금액의 최소 2배에서 최대 2.5배의 자금을 정부가 매칭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 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일반 엔젤투자자 역시 1배수의 매칭투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최근 재원이 소진되면서 스타트업과 엔젤투자자들의 신규 신청을 더이상 받지 않고 있다. 이달 중 마지막 신청 기업에 대한 투자금이 입금될 예정으로 이후에는 추가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다. 엔젤투자매칭펀드는 2011년부터 1920억 원 규모로 결성 및 운용돼 왔다.

이 때문에 한국엔젤투자협회 등 업계에서는 엔젤투자매칭펀드 예산을 다시 마련해 줄 것을 중기부에 꾸준히 건의했다. 엔젤투자매칭펀드가 우리나라 엔젤투자 활성화에 기여를 해왔다는 판단에서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우리나라는 벤처 선진국에 비해 엔젤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마중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칭펀드나 투자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전문개인투자자 자격을 보유했던 A 씨는 "1억 원을 투자하면 1억 원을 매칭하는 게 스타트업 대표나 엔젤투자자들에게 굉장히 큰 혜택"이라며 "이런 기회가 사라진 것에 대해 엔젤투자자들은 아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기부는 투자 주체마다 각기 다른 전용 펀드를 만드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실력이 검증되고 전문성 있는 투자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올해 신설한 '지역창업초기펀드'가 대표적이다. 해당 펀드에는 △창업기획자 △산학연협력기술지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신기술창업전문회사 △전문개인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 전문개인투자자는 엔젤투자매칭펀드 대신 해당 펀드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중기부 측은 "엔젤투자매칭펀드 이후 '지역엔젤재간접펀드'라는 이름으로 출자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초기 투자를 정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역창업초기펀드를 만들었다"며 "엔젤투자에 대한 출자 방식을 모태펀드가 직접 출자하는 방식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