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제각각' 배달앱 상생협의체…6번 만나도 빈손

배민 차등 수수료 제안에…자영업자끼리도 '내 것'만 주장
타 배달앱은 제안조차 없어…국회 "남 일인가" 질책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 기사들이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2024.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풀기 위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배달플랫폼 업체끼리, 또 입점업체끼리 제각각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내세우면서 공회전만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의 매출액을 바탕으로 '차등 수수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가져왔으나 입점업체별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결론이 나지 않았고 다른 배달앱은 제안조차 없이 '강건너 불구경'만 하는 태도여서 또 다른 질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협의체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결국 '빈손'으로 협의체가 종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배민 차등 수수료 제안에…자영업자끼리도 '내 것'만 주장

9일 업계와 입점업체 단체 등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전날 제6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은 입점업체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최저 2%에서 최고 9.8%의 차등 수수료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하위 20%에는 2%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상위 60%에는 기존과 같은 9.8%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사이 구간은 4.9%~6.8%를 제시했다.

하지만 배민의 제안이 상생협의체에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던 이유는 적용 대상인 입점업체 단체조차 이해관계 차이로 수용 가능하다는 측과 수용 불가능 측으로 나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배달 수수료가 경영에 부담으로 느껴지는 영세 자영업자는 배민의 차등수수료 제안을 바탕으로 상생안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체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배민의 제안이 흡족하다,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까지 상생협의체에서는 각기 제 주장만 펼치고 무엇 하나 진전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배민 측에서 영세 업체를 위한 차등수수료 제안을 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상생안 도출을 위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상생협의체가 우선해야 할 점은 '생계'가 어려운 업주의 부담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차등수수료를 바탕으로 소비자영수증 내 입점업체 부담내용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 등 다양한 상생 방안을 도출하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거론된다.

하지만 같은 입점업체 단체이면서도 매출 상위 60%에 해당하는 대형 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 기존 배달수수료와 변화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최저 2%, 최고 5%'의 수수료율 안에서 차등제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고 다른 단체는 '2.5%' 고정 수수료를 하라고 요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별관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했다. ⓒ News1 이민주 기자

타 배달앱은 제안조차 없어…국회 "남 일인가" 질책

입점업체 단체간 이견도 이견이지만 배민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타 배달앱의 태도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업계 2위로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쿠팡이츠는 별도의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요기요도 상생협의체에서 구체적으로 제안을 내놓은 바는 없다.

다만 요기요는 지난 8월 주문 중개 수수료를 12.5%에서 9.7%로 인하하고 매출에 따른 차등 요금제를 적용한 '요기요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배민의 제안과 유사한 '차등수수료'를 만들겠다는 입장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상생협의체 참여자 중 입점업체 측 관계자는 "배민은 (받아들이느냐 여부를 떠나) 차등요금제라는 어떤 액션이라도 취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쿠팡이츠는 시장 2위이고 최혜대우 요구 등을 촉발한 장본인이면서 '배민이 하면 따르겠다'는 식의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 상당히 불만스러웠다"면서 "쿠팡이츠가 아무것도 안하고 팔짱을 끼고 있고 배민도 소극적인 차등요금제만 내놓는 상황이어서 협의체 논의가 공회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의체 참석 관계자도 "계속 이렇게 진행되면 결과물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협의체가 출범한 지 3개월 가까이 됐는데 방안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생협의체 회의와 같은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기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같은 질책이 쏟아졌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료배달은 절대 무료가 아니다. 지나친 마케팅에 피 터지는 건 업주들"이라며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도 "무료배달을 처음 시작한 쿠팡이츠는 지난 2022년에 주문당 9.8%의 중개수수료를 책정해 수수료 인상을 주도했고 이에 최근 배민도 쿠팡이츠와 동일한 수수료로 인상하면서 업계 어려움이 가중됐다"면서 "더구나 쿠팡이츠는 상생협력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법 위반행위 제재처분 감경 및 행정기관의 실태조사, 직권조사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는 "(제재 감면 요구 관련) 오해될 만한 부분이 있으면 면밀히 검토를 하고 개선할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상생협의체는 제7차 회의를 이달 14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추가 협의를 거쳐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대로라면 '빈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협의체 안팎의 관측이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 2024.10.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