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규모 2027년 16조…해외 자금 늘리고 민간 참여 유도"

중기부,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 발표
해외 자금 유치 늘리고 민간 투자 대폭 유도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벤처캐피탈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9.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2027년까지 벤처투자 시장을 역대 최대 규모인 16조 원까지 키운다. 지난해 20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벤처투자 시장 참여는 같은 기간 1조 원까지 늘린다.

이를 위해 '글로벌 투자유치 모펀드'(K-VCC)를 싱가포르에 설립하고 '글로벌 펀드'를 2027년까지 15조 원 규모로 확대한다.

글로벌 투자자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 대기업, 기관 투자자를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신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펀드도 신설한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 쏠린 벤처투자 시장을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비수도권 전용 벤처펀드를 2027년까지 1조 원으로 추가 조성하고, 글로벌 수준으로 벤처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이처럼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해 2030년에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 20조 원, 글로벌 투자 유치 2조 원이라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중기부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을 2일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벤처펀드 중 해외 자금 2% 불과…2027년까지 1조원으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2005년 모태펀드 출범, 2020년 벤처투자법 제정 등 정부의 노력과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탈의 도전에 힘입어 최근 15년간(2008~2023년) 연평균 16% 성장했다.

이렇게 조성된 벤처펀드는 연평균 9%라는 높은 수익률을 거뒀으며 이는 1995년부터 2023년 국고채 수익률의 약 2배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벤처펀드 투자액의 2%에 불과한 글로벌 투자 유치 비중과 정부 모태펀드 등 소수 투자자 중심의 시장은 개선 과제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이에 중기부는 2027년까지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을 역대 최대 규모인 16조 원, 글로벌 투자 유치 규모는 지난해 2000억 원에서 2027년 1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글로벌 벤처투자 금액을 최초로 측정하고 목표 지표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 인포그래픽(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싱가포르에 글로벌 투자유치 거점 K-VCC 추진

먼저 중기부는 해외 자본을 국내 벤처투자 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글로벌 투자유치 모펀드인 'K-VCC'를 싱가포르에 2027년까지 2억 달러(약 2625억 원) 규모로 설립한다.

'가변자본기업'으로 정의되는 VCC는 싱가포르 통화청에서 면허를 발급하는 전환형 펀드 제도다. 라이선스를 획득할 경우 해당 펀드 안에서 다양한 자펀드를 운영할 수 있어 외부 자금을 끌어오기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중기부는 모태펀드 주도로 VCC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국내 벤처캐피탈이 적은 비용으로도 글로벌 펀드 설립 및 투자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후 중동, 미국 델라웨어 등 글로벌 금융 허브에 추가 설립 여부를 검토한다.

해외 벤처캐피탈이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받은 금액 이상을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의무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도 매년 1조 원씩 추가 조성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펀드를 2027년까지 15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세계적인 벤처캐피탈 사무소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글로벌펀드 출자사업 우대 및 출자한도 상향 등)도 강화한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글로벌 벤처투자 통합신고센터'를 개소해 투자 과정에서 외국 통화로도 거래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은행도 벤처투자 나서도록…정책펀드 한정 RWA 완화

글로벌 벤처투자 자금의 국내 유입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의 벤처투자 참여도 활성화한다.

먼저 은행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목적 벤처펀드'에 한정해 현재 400% 수준인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100% 수준으로 하향한다.

이는 지난 6월 20일 열린 제26차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 기업이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은행이 스타트업 육성 및 모험투자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중기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에 방안 마련을 주문한 후속 조치다.

또한 벤처투자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기관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LP 첫걸음 펀드'를 신설하고 모태펀드가 우선손실충당, 풋옵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신규 벤처투자 참여를 유도한다.

대기업의 벤처투자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펀드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대기업과 딥테크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투자가 이뤄질 경우 모태펀드가 매칭 투자하는 '밸류업 펀드'를 신설하고, 대기업이 출자하는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한 '상생협력 모펀드'도 조성한다.

또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외부자금 모집 비율은 펀드별 40%에서 50%로 완화하고 해외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 비율도 총자산의 20%에서 30% 이내로 늘렸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 인포그래픽(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지역 벤처투자 확대 총력…초기 창업 투자도 집중 육성

벤처투자가 수도권과 후기 스타트업에 쏠려 있는 문제점 역시 개선한다.

먼저 2027년까지 2조 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었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에 '지방시대' 분야를 신설하고 해당 몫으로 1조 원을 추가 조성한다.

또 중기부와 행정안전부, 지자체 간 '지역 벤처투자 협의회'를 신설해 모태펀드 자펀드 전반의 지역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지역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총력 지원한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한다. 모태펀드 창업 초기 분야에 출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창업기획자가 보육부터 투자까지 책임지는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한다.

이와 함께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 목적의 세컨더리 펀드를 2025년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기업승계 M&A 펀드를 모태펀드 내 200억 원 규모로 신설한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균형적인 성장 및 모태펀드의 시장 보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모태펀드의 존속 기한도 연장 혹은 영구화를 검토한다.

벤처투자회사 규제,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완화

벤처투자회사의 투자 자율성과 관련 규제를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완화하기 위한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벤처투자회사의 의무 투자 대상을 창업·벤처기업에서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펀드별 투자 의무 비율도 현행 20%에서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해외법인의 경우 지금까지 의무 투자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으나 한국인이 창업하거나 최대 주주인 해외법인 등 창업지원법상 '국외 창업기업'인 경우 의무 투자로 인정한다.

또한 '투자자 사전동의권'이 투자자와 스타트업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하도록 표준 투자 계약서를 개정하고 벤처투자회사에 대한 성과평가 및 벤처투자조합의 수익률 정례 공개 등 벤처투자 시장을 투명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정부는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당당히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역동적인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