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락시장에 배추가 사라졌다…"배춧값, 추석보다 더 올라"
30일 배추 중도매인 판매가, 일주일 만에 오름세…소매가도 꿈틀
알배기 배추에 소비자 불만도…"김치 제조업체 문 닫기도"
- 장시온 기자
"김치 담그는 비용이 2배 넘게 올라서 힘들어 죽겠어요. 단골 장사로 먹고사는데 가격을 올릴 수도 없으니 사실상 적자 장사죠."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9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식당가의 한 백반집. 70대 여사장 A 씨는 파김치를 담글 쪽파 한 단을 헹구면서 이같이 말했다. 가게 안 7개 테이블은 텅 비어있었고 시장 입구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가락시장에서 산 배추로 그날 손님들에게 나갈 겉절이를 담그던 A 씨는 "작년 이맘때 배추 한 망(3포기)에 2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4만 5000원 수준"이라며 "단골 장사하는 입장에서 김치값을 따로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힘들어 죽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연휴 기간 급등한 뒤 잠시 진정되는가 싶었던 배추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배추 중도매인 판매가는 한 망에 2만 8820원을 기록해 일주일간 이어진 하락세를 뒤집고 상승 반전했다. 이날 가락시장에서 만난 한 도매상은 "어제 경매 최고가가 한 망에 3만 7800원을 찍었다"고 전했다.
도매가가 꿈틀대면서 가락시장 상인들은 배추를 진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오전 찾은 가락시장 청과 구역에는 배추를 파는 가게가 2~3곳에 불과했다. 채소류를 판매하는 S상회에선 강릉산 배추 한 망을 4만 5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포기가 큰 품종은 6만 원대였다. 가게 사장은 "추석 때는 한 망에 9만 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인근 G상회 배추도 같은 가격이었다.
상인들은 배추 가격 급등으로 물건을 떼올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K상회 사장 B 씨는 "배추를 구하기가 어려우니 지금은 아예 가게에 갖다 놓지도 못한다"며 "다른 곳들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J농산도 "배추 가격이 너무 올라서 배추를 진열해 두는 곳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소매가도 추석 직전보다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가는 9662원으로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8002원)보다 20.7% 올랐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김치 완제품 업체 중 제조를 중단한 곳도 있다"며 "물건이 나오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바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름 작황이 좋지 않아 속이 비고 크기가 작은 저품질 배추가 많아지면서 구매자 불만도 늘었다고 한다. 추석 연휴 이후 배추 판매를 중단했다는 C 씨는 "자기 동네에 좋은 배추가 없으니까 가락시장에 찾아온 손님들이 상황을 모르고 '왜 이런 배추밖에 없냐'고 불만을 쏟아냈다"며 "안 그래도 값이 많이 올라 힘든데 교환 요청이 너무 많아 아예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다른 채소류 가격도 심상찮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돼지호박이 오히려 일반 호박보다 비싸진 상황이다. 돼지호박 가격은 20개가 담긴 한 박스 기준으로 평년 기준 1만 원대인데 이날 가락시장에서는 9만 원대에 판매 중이었다. G유통 사장 D 씨는 "돼지호박이 하나에 4500원인데 일반 호박이 3000원"이라며 "살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배춧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주 생산지인 강원 지역의 기온이 30도를 넘어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18~20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말부터 중국산 배추를 식품업체 등에 공급해 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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