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받는 배민 "사실 인정, 경쟁사가 선수쳐서 어쩔 수 없이"
타 앱과 같거나 더 낮은 가격 책정하는 '최혜대우 강제' 조사
"중개수수료도 경쟁사 최혜대우 때문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음식가격과 할인혜택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 업체에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배달의민족'을 조사한다고 밝힌 가운데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배민이 최혜대우 요구를 한 것은 경쟁사가 수개월 전부터 먼저 시작한 최혜대우 요구로 인해 최저 중개수수료를 제공하는 경쟁력이 사라지고 시장 경쟁력에서도 밀리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29일 우아한형제들은 보도설명문을 통해 "업주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 경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배민 측은 경쟁사가 당시 멤버십 회원 주문에 대해 10%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업주들로 하여금 타사 대비 메뉴가격이나 고객 배달비를 더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객 대상 쿠폰 등 자체 할인 역시 타사와 동일하게 맞추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멤버십 가입자 대상 무료배달까지 시작하면서 최혜대우를 이어가자 배민 입장에선 동일한 조건을 걸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월 배민클럽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방어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작년 8월부터 시작된 경쟁사의 최혜대우 요구가 당국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민이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에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혜대우 요구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배민 측은 거듭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경쟁사가 개별 업주의 가격 등 거래조건을 직접 변경하는 등 강제성을 취한 반면 당사는 순수히 혜택 및 정보 제공 방식의 대응이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경쟁사의 최혜대우 요구로 인해 배민이 그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제공했단 중개이용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회사측은 주장했다.
지난 7월까지 배민 입점업체의 중개수수료는 6.8%로, 당시 9.8%였던 쿠팡이츠와 12%가 넘었던 요기요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러던 배민이 중개수수료를 3%포인트(p)나 인상해 경쟁사와 동일한 9.8%로 올리자 가맹점주들이 크게 반발하며 '배민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프랜차이즈협회 등을 중심으로 '이중가격 논란'과 공정위 고발 등이 연이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배민의 중개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이뤄진 일련의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경쟁사가 최혜대우 요구를 하면서 배민이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이용료(6.8%)를 적용하면서도 당사의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메뉴가격 인하 등의 혜택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다"면서 "경쟁사 대비 3%p 낮은 중개이용료를 적용한 만큼 업주들이 이를 메뉴가격 인하, 배달비 인하, 할인 등 고객 대상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경쟁사 최혜대우 요구로 이를 차단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무료배달 등 경쟁 심화와 경쟁사의 최혜대우 요구 등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중개수수료도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매장과 같은 가격 배지'(동일가격 인증제)를 제공하는 것 역시 입점 가게들의 이중가격 운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동일가격 인증제를 최혜대우의 강제 일환으로 조사하는데 대한 해명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 메뉴 가격에 대한 설정 권한은 업주들에게 있다"며 "매장과 같은 가격 배지는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동일하게 운영하는 가게들이 자발적으로 요청하면 배지를 달아주는 방식으로, 소비자에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일 뿐 일체의 강요나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소비자원 또한 지난해 이중가격에 대한 배달앱 내 고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해, 이를 따르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음식 가격과 할인율 등을 다른 배달앱과 통일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배달의민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쟁점은 배민이 점주에게 다른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동일하게 설정하도록 하는 '최혜 대우'를 요구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온오프라인 간 가격을 사실상 강제하는 이런 행위가 최혜 대우 요구로 볼 수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위법으로 판단될 경우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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