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류 줄여야 하는데"…'온누리' 흥행에도 마냥 웃지 못한 중기부
역대급 할인 판매에 지류상품권 수요 폭발
부정유통 가능성 높은 지류…디지털 늘리던 중기부 '난감'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추석을 앞두고 진행한 온누리상품권 특별 할인 판매가 흥행을 거뒀지만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분위기다.
부정 유통 방지 등을 위해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은 줄이고 모바일·충전식 카드형(디지털) 상품권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지만 이번 특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지류형 상품권의 수요가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와 관가 등에 따르면 정부의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온누리상품권 특별 할인 판매가 대흥행을 거뒀다. 할인율은 모바일·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15%, 지류형 상품권 10%로 기존 할인율보다 0.5%p(포인트)씩 높아졌다.
역대 최고 수준의 할인율에 소비자들도 대거 몰렸다. 총 3000억 원 규모로 책정한 1차 할인 판매분은 3일 만에 1061억 원 초과 소진되며 마감됐다. 2차 특별할인은 지난 9일부터 1조 원 규모로 마련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추석 제수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고 중기부 입장에서도 소비 촉진 행사 '9월 동행축제'에도 간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고객 중 고령층 비중이 큰 만큼 지류형 상품권에 특히 많은 소비자들이 몰렸다. 전국 16개 시중은행 전 지점에서 판매했는데, 물량이 부족해 '오픈런' 행렬에도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이 다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1인당 구매 한도를 하향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비자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특별판매의 경우 지류형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모두 월 기준 200만 원까지 구입이 가능하다.
중기부의 셈법은 복잡하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에 비해 부정 유통 가능성이 높고 발행 비용이 발생하는 지류형 상품권을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올 초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류형의 경우 부정 유통의 가능성이 크다"며 "지류를 대폭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사례의 대다수는 지류형 상품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부정 유통 건수 235건 중 271건이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에서 발생했다.
오 의원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류 상품권 발행을 대폭 축소하고 모바일 및 카드형 상품권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 유통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불법 구매 대행'이다. 의도적으로 대리 구매할 사람을 구해 수수료를 지급하고 불법적으로 상품권을 매집하는 경우다.
상인들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동원해 온누리상품권을 할인가에 구입한 후 상인들 간의 '자전거래'를 통해 할인율만큼의 차익을 챙기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는 이러한 사례를 잡아내기 위해 한 번에 다량으로 벌어들인 지류 상품권을 환전하는 '뭉치환전' 사례를 일일이 확인하고 부정 유통이 적발되면 해당 시장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제보 등으로 직접적인 정황이 포착되지 않는 한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 등을 통해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충전식 카드형·모바일 상품권과 달리 지류형 상품권은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기부가 디지털 상품권 비중을 늘리려고 하는 배경이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종이 상품권 가맹점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미가맹률은 60%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류형 상품권 미가맹률은 20.5%였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확대하며 가맹점 수를 늘리기 위한 홍보와 교육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가맹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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