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도 법인차 대신 통근버스"…위즈돔, 출퇴근 지옥길 바꿨다
[퍼스트클럽] 한상우 위즈돔 대표(코스포 의장) 인터뷰③
규제 뚫고 성장한 위즈돔…스마트 버스 강자로 '우뚝'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구윤성 기자 =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은 매일 전쟁이다.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과 버스는 괴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수도권의 주요 업무지구인 광화문, 여의도, 강남을 비롯해 IT 중심지 판교는 특히 더 사람이 붐빈다. 이러한 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전세버스를 활용해 기업의 통근버스를 제공하는 위즈돔이 그 주인공이다.
한상우 위즈돔 대표는 출퇴근 때만 만원인 버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다. 사람들이 한창 붐비는 시간대를 제외하면 해당 버스는 좌석이 대부분 비어 있었다. 이는 그가 2009년 위즈돔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 대표는 위즈돔을 창업하고 'e-버스'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서로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모아 비슷한 목적지를 설정하고 노선을 직접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전세버스를 활용하다 보니 일반 시내버스보다 사람들로 붐비는 불편함이 없었고 노선도 최적화해 훨씬 편리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기존에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운수회사들이 반발했다. 자격이 없는 사업자가 불법으로 버스 운행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업은 1년도 되지 않아 좌초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지지와 국책연구기관들의 호의적인 보고서, 지역구 의원들이 나서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이 이뤄졌고 위즈돔은 2013년 정부로부터 노선 면허를 받아 합법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철옹성 같던 기득권의 반발을 혁신 서비스로 극복한 사례였다.
◇"대기업도 반했다"…SK·카카오·CJ 출퇴근 책임진다
이후 위즈돔은 기업의 통근버스 서비스로 피벗(사업 전환)을 결정했다. e-버스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했다면 기업의 통근버스는 해당 기업 직원들을 수송하는 보다 안정적인 사업이었다.
e-버스를 출범했을 당시 통근버스 고객사로 확보했던 SK그룹에 이어 2013년 한화그룹, 2015년 CJ그룹, 2017년 카카오 등 대기업 중심으로 고객사가 점점 커졌다. 현재 위즈돔이 운행하는 노선은 약 3300개, 운행 건수는 월 8만 회 수준이다.
위즈돔은 고객사 직원들의 주소지를 기반으로 최적의 노선을 설계하고 이를 자체 개발한 앱을 배포해 운영한다. 해당 기술은 '역노선 생성시스템 및 통근차량 서비스 제공방법'이라는 특허도 받았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은 통합관제시스템인 '아이보스'(AIBOS)를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고 있다. 불필요한 노선을 줄이면서 출퇴근 시간은 줄어들었고 실제 운행을 담당하는 전세버스 회사는 수익성까지 개선되는 구조다.
한 대표는 "최근 대기업 그룹사들은 임원에게 법인차를 지급해도 기사는 붙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임원들도 출퇴근길 직접 운전을 하기 보다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임직원들의 높은 호응 속에 추가로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들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근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던 2017년 6월, 위즈돔은 수도권 광역버스 예약 플랫폼인 '미리'(MiRi)를 출시하며 일반 이용자들의 편의성까지 한층 더 높였다. 미리 가입자는 이달 기준 18만 명으로 매달 1만 3400명이 이용하고 있다.
한 대표는 "현재 위즈돔은 버스 관련해서 가장 큰 플랫폼"이라며 "버스는 택시와 달리 매일 반복 구매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승객들과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사업 확장하는 위즈돔…"2029년까지 매출 1조원 목표"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세버스 시장의 규모는 약 5조 원이다. 이 중 통근버스 시장이 3조 5000억 원으로 가장 큰데 이 중 3%를 위즈돔이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통근버스 시장은 레거시의 영역에 남아있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위즈돔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여전히 넓다는 이야기다.
위즈돔은 통근뿐만 아니라 대규모 페스티벌이나 지역의 테마파크·리조트로 사람을 수송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전세버스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통근시간을 제외한 빈 시간에는 추가 수요가 있는 곳에 버스를 투입하기도 한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모빌리티 기업으로 선정돼 서울-평창 간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무료로 운영했기에 회사에 직접적인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서비스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도 월드DJ페스티벌, 울트라코리아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축제의 교통도 책임졌다.
지난해 7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위즈돔은 올해 매출 1000억 원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 확장과 더불어 광고 등 신규 매출원을 확보해 비즈니스를 구축 중이다. 2029년까지 커머스·아이보스 미니·차량관리시스템(FMS) 등 다양한 사업을 추가해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 대표가 위즈돔의 성장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IT 기술력으로 대기업과 맞붙어 이겨낸 경험이 있다. 통근버스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 입찰에서 대기업들이 자사의 IT 계열사를 제외하고 위즈돔을 선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한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위즈돔은 규제의 영역에 있던 블랙존에서 회색지대인 그레이존, 지금은 합법적인 화이트존까지 오면서 부딪히며 큰 기업"이라며 "공정한 경쟁만 있다면 우리가 대기업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약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학사·석사 졸업
△워싱턴대학교 로스쿨 졸업 및 미국변호사
△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위 위원(2019~2021)
△전 대한교통학회 모빌리티 위원장(2021~2023)
△현 국토교통부장관 정책자문위원
△현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실무위원
△현 위즈돔 대표이사(2009년~)
△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4대 의장(2024년 2월~)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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