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기엔 참 좋은데 그 이후엔 도륙이 나는 나라, 한국"

[퍼스트클럽]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인터뷰②
"기득권의 신산업 반대는 담합…입법으로 금지해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인 한상우 위즈돔 대표가 9일 경기 성남시 위즈돔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9.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우리나라는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잘 돼 있습니다. 문제는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때예요. 많은 기득권이 성벽을 치고 도전을 허용하지 않죠. 정부는 기업을 육성하고 함께 뛰는 선수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심판'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혁신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기득권이 혁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심판의 역할을 제대로 해 줬으면 합니다."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구윤성 기자 = 국내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한상우 의장은 "초기 자금이 없어서 창업을 못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창업 환경이 좋다는 건데, 다만 창업 이후 환경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뒤따랐다.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기득권과의 갈등 때문이다.

스타트업과 기득권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보면 신구 세력 간의 싸움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단체와 새로운 기술로 이를 타파하려는 혁신가들의 줄다리기다. 하지만 이 뒤에는 오래된 낡은 규제와 법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역대 정부들이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강조하는 단어 중 하나는 '규제 철폐'다. 낡은 규제를 없애 신산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지당한 표어이지만, 제대로 된 적은 없다. 한상우 의장은 규제 철폐같은 '먼 나라 얘기' 대신 당장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정당당히 경쟁해 소비자로부터 평가를 받자는 이야기다.

◇"공정한 경쟁 열리면 스타트업이 대기업 이기는 경우 나와"

스타트업계는 '규제 철폐'를 정부와 정치권에 늘 요구해 왔다. 올해 3월 스타트업 연구지원단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업 생태계 관계자의 60%는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막는 규제 및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상우 의장은 폐쇄적인 시장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규제 철폐도 중요하지만 '자유로운 공정 경쟁 시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쥐여줘야 더 나은 서비스가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한상우 의장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기인한다.

한상우 의장은 전세버스를 활용해 기업의 통근버스를 제공하는 위즈돔을 2009년 창업했다. 위즈돔은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로 경쟁 입찰에서 여러 대기업마저 제친 뒤 통근버스 사업을 따냈다. 그는 자신의 경험처럼 투명한 경쟁이 이뤄질 경우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빅테크 기업을 이기는 걸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깜깜이 입찰'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을 거래할 때 공개경쟁 입찰을 하도록 한다면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숨통이 트일 거예요. 대기업도 품질 좋고 저렴한 서비스와 자재를 받을 수 있고요. 오히려 안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서울개인택시조합 비상대책위 조합원들이 2020년 3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0.3.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기득권의 담합·독과점…오히려 입법으로 금지해야"

그가 생각하는 공정한 경쟁의 필요성은 또 있다. 특히 주어진 자격증을 바탕으로 독점적인 영업 형태를 보이는 기득권 직역 단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대표적이다.

공인중개사의 경우에는 불투명한 매물 정보를 활용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증강현실 등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중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직방 금지법'이 오르내리는 게 현실이다.

한상우 의장은 "비대칭적인 정보를 이용해서 어느 한 쪽이 이익을 취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요소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평가하는 건 당연한 데도 기득권의 비싸고 비효율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혁신으로 탄생한 서비스는 '법에 없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경쟁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 의지를 표했다.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담합 행위, 스타트업과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남발하는 징계권 등은 업무 방해 등으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혁신에 대한 변화가 더딘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신산업을 할 수 없도록) 거꾸로 가는 건 막아야 한다"며 "도전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는 법으로 처벌하는 등 기득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젊은 청년들이 터치 몇 번으로 작동하는 '앱'을 만들었다고 시장을 교란한다는 비판은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창업가들이 회사를 키워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난 후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지분매각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엑시트(자금회수)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벌 회장에게도 하지 않는 참담한 비난과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수합병이나 매각 등으로 엑시트를 하는 것은 '창업의 꽃'인데,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적대적이에요.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들인 데도요. 이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인 한상우 위즈돔 대표가 9일 경기 성남시 위즈돔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9.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약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학사·석사 졸업

△워싱턴대학교 로스쿨 졸업 및 미국변호사

△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위 위원(2019~2021)

△전 대한교통학회 모빌리티 위원장(2021~2023)

△현 국토교통부장관 정책자문위원

△현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실무위원

△현 위즈돔 대표이사(2009년~)

△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4대 의장(2024년 2월~)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