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절대 못 이겨…中企 단체협상권 달라" 호소한 김기문

"조합의 '대표협상'을 '담합'으로 치부하면 안돼"
이재명 "中企 협상력 제고 위한 입법 하겠다" 화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중소기업계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9.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중소기업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1일 오후 서울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민생경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이재명 당대표를 비롯해 이언주 최고위원,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임광현 정책위 상임부의장,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조승래 수석대변인, 민병덕 국회의원, 오세희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등이 자리했다.

중소기업계는 이 자리에서 대기업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협동조합 공동사업 담합 배제 법안'에 대한 당론 채택을 촉구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협업과 공동사업 활성화를 허용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있음에도 이를 '담합'으로 간주하는 세부 기준으로 인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가격 협상은 불가한 상황이다.

즉 공공시장에서는 조합이 조합원사를 대표해 가격제시 등 중기 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으나 민간시장에서는 판매주체로서 가격 결정이나 제시가 불가하다. 가령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면 대기업이 소비자가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가격 협상 역시 불가능하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죽었다 깨도 대등한 관계로 갈 수가 없다"라며 "하청업체가 단가가 안 맞다고 찾아간다고 들어줄 것 같냐. 중소기업은 3% 미만의 영업마진으로 안전관리, 연구개발 등을 다 해야 하는데 실상은 은행이자도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중소기업중앙회에 단체교섭권을 줘서 대기업과 붙어서 싸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기문 회장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마지막 남은 과제인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담합 배제 법안’은 지난번에 이재명 대표께서도 당론으로 하겠다고 하신 만큼 중소기업들의 기대가 크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중소기업계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9.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사업주 의무와 처벌방식의 합리화 등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보완도 요구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중처법이 시행된지 3년이 지났지만 재해는 오히려 늘어났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엄벌주의 법이 과연 옳은 방향이었을까"라며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사고 발생 원인을 따지고 과실이 있는 사람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구조로 개선이 돼야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처법이 재정 취지에 맞게 안전사고 예방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형벌이 책임에 비례하도록 사업주 처벌 수위를 완화하고 업종에 따라 상시 근로자 수가 아닌 공사금액(건설업) 등을 기준으로 법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납품대금 연동제 대상에 전기요금 등 주요 경비를 포함해달라는 요구와 더불어 주52시간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기문 회장은 "납품대금 연동제가 현장에 잘 안착되고 있지만 최근 전기요금이나 가스비가 많이 오르다 보니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인 열처리 등 뿌리산업이 애로를 겪고 있다"며 "전기료와 같은 에너지비용도 납품대금 연동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오히려 주52시간 이상 근무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특근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를 나간 직원도 있다"라며 "중소기업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사업주와 직원이 협의를 봤을 때 연장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결정·배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 발의를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이에 "(김 회장이) 말씀하셨던 법안을 '하청업체 단결권', '집단교섭권' 등 (어떤 것으로 부를지) 빨리 명칭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처리하려 했었지만 국회 사정상 통과를 못 시켰던 만큼 이번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해 빨리 처리하겠다"고 화답했다.

minju@news1.kr